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서 발생하던 중국의 공급과잉이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EU 등 주요국의 수입규제 강화 조치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이다.
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서 발생하던 중국의 공급과잉이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EU 등 주요국의 수입규제 강화 조치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이다.

[기계신문] 최근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상품 수출 증가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공급과잉 문제는 주로 철강과 같은 일부 전통적 제조산업에서 발생했으나, 중국의 소위 ‘新산업’이 급성장하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에서 공급과잉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기차‧배터리‧태양광을 3대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OECD 국가 평균의 3~9배에 달하는 막대한 산업보조금 지원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과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으나, 최근 자국 내수시장 침체로 인해 공급초과 현상이 발생하자 저가로 제품을 수출하며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세계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이미 넘어섰음에도 철강‧화학 등 전통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최대 생산능력을 유지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 향후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중국은 95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했으나, 판매량은 841만대에 그치며 113만대의 초과공급이 발생했다. 2020년 22만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3년엔 120만대로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2022년에 종료됨에 따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보조금 혜택이 남아있는 국가에 공장 건설을 착수하는 한편, 수출을 통해 자국 전기차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의 배터리 생산 규모는 이미 시장 수요를 초과했으며,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만으로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고도 중형 전기차 156만대의 배터리가 남는 상황이다.

태양광 시장에서의 과잉 공급도 지속되고 있다. 2024년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1,405GW이나, 중국과 글로벌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각각 255GW와 511GW에 불과해 공급과잉이 계속될 전망이다.

철강, 화학 등 전통산업에서의 공급과잉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으로서 전 세계 생산량의 과반 이상(2022년 기준 54%)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의 철강 순수출은 약 341억 달러에 달해 전고점(2014년 343억 달러)에 근접했으며, 자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의한 철강 수요 위축으로 잉여 생산분을 수출 확대를 통해 밀어내고 있다.

화학제품 중간재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8년부터 공급과잉인 상황이지만, 중국 기업의 설비가동률이 80%를 상회해 공급과잉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은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를 통해 수입 상품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해결해 왔는데,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반덤핑·상계관세 조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앞서 2018년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32조 조치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232조 조치는 공급과잉 문제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나 그 원인에는 중국산 저가공세에 대한 목적도 담겨있다.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최근에는 중국의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을 문제 삼으며 301조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기존의 25%이던 전기차에 대한 301조 관세를 100%로 대폭 인상했으며,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 주요 전략 품목으로도 301조 관세를 확대하였다.

EU는 중국을 경쟁국이면서도 협력 및 협상 파트너로 인식하며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중국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EU는 무역구제수단으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WTO 규범에 합치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EU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주로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덤핑조치를 활용해왔다.

최근 EU는 중국의 공급과잉 현상에 대해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가 전기차를 과도하게 생산함에 따라 EU 시장이 왜곡된다고 주장하며 이례적으로 집행위 직권으로 보조금 조사를 개시하였다. 또한 집행위는 덤핑·상계관세 조사 외에도 역외보조금규정(FSR)에 근거한 보조금 조사를 확대하여 중국의 보조금에 대한 견제도 시도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 역량이 미국과 유럽 기업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 국가의 산업 발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하면서 동맹국에 협력을 촉구했다.

G7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노동자·경제 회복력을 저해하는 비시장적 정책·관행의 광범위한 사용에 우려를 표명하며, 과잉생산의 잠재적·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WTO 원칙을 준수하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발표하였다.

멕시코, 태국, 인도, 브라질 등은 중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조사 개시·관세 부과·기존 관세 인상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튀르키예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4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결정하는 등 각각 중국산 공급과잉 대응에 나섰다.

주요국의 대중국 규제 움직임에 맞서 중국은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였다. 특히 중국은 EU가 중국 전기차에 대해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을 강력히 비난하며 보복조치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EU가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유럽 주류 생산업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발표하였으며, EU의 항공 및 농업 부문에 대해서도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이외에도 “중화인민공화국 관세법(中·人民共和···法)”을 제정하여 중국과 약속한 최혜국대우·관세 혜택을 이행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상응 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국제조약·협정을 위반하여 중국의 정상적인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해당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 부과를 허용하였다.

보고서는 중국의 공급과잉과 주요국의 대응조치가 우리 수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EU의 대중국 관세정책으로 인해 일부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쿼터가 있는 철강을 제외하고 배터리, 태양광, 석유화학 등에서 시장확대 기회가 예상되며, EU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위축될 경우 한국 전기차 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공급과잉으로 인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무역장벽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공급망 전반에 리스크가 증대되어 우리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2002년 부시 행정부의 미국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로 대미 철강재 수출이 20%정도 감소할 우려가 있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232조 관세조치로 대미 철강 수출물량이 제한되는 등 한국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었다.

한국무역협회 이정아 수석연구원은 “과거 미국이 국가안보 및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32조와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한 사례가 있어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신산업을 대상으로 해당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추가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타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조치를 취할 경우 글로벌 무역환경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신문, 기계산업 뉴스채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