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9일 ‘중국 전기차 혁신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 전기차 수요 정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기차 수출과 내수판매 모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69.9% 증가한 341억 달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에너지차의 내수판매 비중은 31.6%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올해 7월에는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상회하면서 51.1%까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370만 대 중 중국이 820만 대를 판매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比亞迪, BYD)는 2024년 1~4월 86만 7천 대를 인도하며 글로벌 점유율 20.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전기차를 포함하는 신에너지차 내수 판매량은 2012년 1만 3천 대에서 2023년 949만 5천 대로 약 730배 증가했다. 신에너지차 시장 침투율은 2015년에 1.0%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신기술 상품 대중화 변곡점인 20% 돌파한 후 2023년 31.6%까지 상승했다.
수출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2020년 신에너지차 수출은 7만 대에 불과했으나, 2023년 120만 3천 대까지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EU가 對중국 관세 장벽을 높이자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24년 1~4월 브라질에서 총 4만 8천 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급증했다.
한편, 중국 전기차 기업은 생산공정 혁신 및 밸류체인 수직 통합을 통해 높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비야디는 ‘인해 전술’과 ‘모방혁신 전략’으로 생산 원가절감을 실현했고, 기존 자동차 산업의 관행인 하도급 생산에서 벗어나 전기차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내재화 방식을 채택했다. 전기차 개발, 생산, 판매, 해외운송용 선박 건조에 이르는 자체 수직 통합 모델을 구성하여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비야디는 내수시장을 넘어 이제 해외에 전기차를 출시하고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비야디는 현재 동남아와 유럽, 일본 등 시장에 전기차 출시를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헝가리에 자동차 생산거점을 설립하여 현지화하고 있다.
비야디는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 생산거점인 태국을 겨냥해 Seal, 아토3, Dolphin 등 4종 모델을 연달아 출시하고, 올해 7월부터 연 15만 대 생산이 가능한 라용(Rayong) 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브라질 전기차 공장 완공에 이어 헝가리,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으로 해외거점을 확대 중인 상황이다.
R&D 투자규모와 인력도 역대급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3년 비야디의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395억 7천만 위안(한화 약 7조 5천억 원)으로, 2019년 대비 4.7배 증가했다. 동 기간 비야디는 총 37,869건의 중국 특허와 10,192건의 해외 특허를 출원했으며, R&D 인력은 전체(약 70만 명)의 15%인 102,800명에 달한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네이쥐안(內卷, 과도한 소모성 경쟁)'으로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IT기업·완성차업체 간 합종연횡(合從連衡) 또한 활발하다.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와 배터리 기업 CATL, 완성차 기업 창안자동차는 ‘아바타’라는 전기차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샤오미는 2021년 3월 전기차 개발에 착수, R&D에만 100억 위안(약 1조 8천억 원) 이상 쏟아부으며 2024년 3월 첫 전기차 SU7을 공식 출시했다.
세계적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와 보조금 중단에도 짧은 신차 개발 주기, 낮은 생산 원가, 풍부한 숙련 노동력, 이구환신(以舊換新, 신제품 교체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올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애국소비, 로컬브랜드의 프리미엄화 등으로 인해 로컬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의 판매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전보희 수석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내수를 넘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동남아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본격화될 경우, 해당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 허용 및 취득세 중과세 폐지 검토 등 전기차 분야에 대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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