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급부상한 아세안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급부상한 아세안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신문]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세안 반도체 시장이 반사이익을 수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회피 목적으로 아세안 지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도 다수일뿐더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최근 아세안 반도체 산업은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아세안 반도체 산업의 도약’ 보고서를 통해 아세안 지역 내에서도 특히 전기·전자산업 경쟁력이 우수하고 해외 투자 유입이 활발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3개국에 주목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대세계 반도체 수출 동향(단위 : 억 달러, 증가율%) *연평균증가율(CAGR)은 2014~2022년 기준

반도체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의 최대 수출 산업으로, 2022년 기준 이들 3개국이 세계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에 달한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반도체 수출 5위 국가이며, 전 세계 조립·테스트·패키징(ATP) 공정의 13%가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다. 특히 페낭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활발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인텔은 해당 지역에 첨단 패키징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 생태계

싱가포르는 우수한 인적 자원 및 기업친화적인 환경, 뛰어난 물류 인프라를 갖춰 아세안 지역에서 유일하게 웨이퍼 제조 및 장비 생산이 활발한 국가다. 종합반도체기업(IDM)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기업도 싱가포르 내 제조시설을 확장 중이다.

베트남은 풍부한 원자재, 대미관계 격상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한국과의 연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 싱가포르 투자 사례(단위 : 백만 달러)

아세안 국가들도 인적 자원과 지정학적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싱가포르는 자국 내 기술 역량 혁신과 법인세 감면을 통한 해외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국가 전략을 바탕으로 1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첨단 패키징 기술과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2050년 반도체 산업 매출 1천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보고서는 아세안 반도체 산업 특성상 첨단 기술 및 장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영향이 제한적인 점에 주목했다. 아세안의 반도체 산업은 조립‧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 위주의 구조로 미국의 제재 대상과 거리가 멀다.

특히 패키징은 범용 장비를 사용하고 개별 업체의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로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고 첨단 패키징의 자국 생산을 유도하더라도, 전 세계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아세안과의 협력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 반도체 산업 경쟁력 SWOT 분석
아세안 반도체 산업 경쟁력 SWOT 분석

보고서는 아세안과의 협력이 대중 의존도 완화 및 공급망 다변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후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로 첨단 패키징 등 후공정 경쟁이 주목받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후공정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후공정 강자이자 최근 글로벌 기업의 투자로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아세안이 협력 파트너로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반도체 인력 부족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노동력이 풍부한 아세안 국가와의 공동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아세안은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한국의 후공정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대상”이라면서도 “아세안 각국의 대미‧대중 협력 정도가 상이한 만큼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맞춰 맞춤형 협력 전략 및 리스크 분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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