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이-팔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는 주의를 기울이며 이-팔 전쟁의 행보를 살피고 있다. 과거 중동지역 전쟁 시 가파른 유가 상승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국이 아니므로 유가 상승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났지만, 이란이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면 유가가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8일 ‘이-팔 전쟁으로 인한 유가 변동 가능성과 국내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급격한 유가 상승은 비용 상승을 통한 수익성 하락 및 교역조건 악화로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유가에 민감한 산업에 초점을 맞춘 산업 정책 수립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중동지역 전쟁은 국제유가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작년 발발한 러-우 전쟁은 4개월 만에 유가를 68% 상승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팔 전쟁의 경우 예상 가능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가지지구 내 전쟁 종료로 유가 변동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레바논과 시리아가 가담하는 전쟁의 국지적 확산으로 유가는 8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전쟁의 전면적 확산으로 이란이 직접 개입할 경우이며, 국제유가는 15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상승은 원재료와 중간재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기업의 비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와 산업별 재료비 증가율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재료비 규모가 큰 화학, 석유정제, 1차 금속산업에서의 상관관계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가 상승 충격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화학의 경우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매출액-재료비)/매출액]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석유정제 산업의 경우 시차 효과와 수요 요인으로 수익성이 유가 변화에 독립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걸프전쟁 시기 교역조건은 유가 피크 시기 주요 품목의 교역조건 악화가 관찰되었지만, 이라크 전쟁과 러-우 전쟁 시기에는 품목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두 전쟁 시기 화학의 교역조건은 유가 상승에도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소득교역조건은 악화하였으며, 이라크 전쟁 시기 철강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다만 철강은 러-우 전쟁 시기 교역조건과 소득교역조건 모두 악화하여 수출가격 하락과 수출량 하락이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자동차는 교역조건이 악화함에도 수출량 상승으로 소득교역 조건이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유가 상승에 대한 영향력이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국으로 국제유가 변화에 취약한 산업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유가 변화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유가 급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원유 관세 인하, 정부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 등 국내 유가 안정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산업연구원 이소라 부연구위원은 “유가 상승 시 비용 상승이 동반되는 화학, 1차금속, 석유정제 산업에 추가적 정책지원을 통하여 충격의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 이 산업들은 후방산업에 가까워 해당 산업의 비용 상승은 타 산업의 비용에 전가되기 쉽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교역조건 악화를 막기 위하여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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