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한여름 자동차 표면은 대기나 지표면보다 뜨겁다. 금속은 대기나 지표면과 달리 태양광을 흡수한 후 공기 중으로 다시 열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건축물, 통신장비 같은 야외 금속구조물 표면에 방열판을 부착하거나, 강제로 바람을 일으키는 냉각 방식을 이용하는 것도 복사를 통한 열전달이 안 되는 금속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교수 연구팀이 추가적인 에너지 없이 열방출을 유도하는 나노구조를 통해 금속표면의 열복사를 유도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 열복사를 통한 금속 냉각의 원리를 설명하는 개념도 및 틈새 플라스몬 구조가 적용된 실제 구리 기판의 사진

두꺼운 방열판으로 열을 옮기는 대신 열복사를 돕는 나노구조를 도입한 아주 얇은 금속판으로 금속 자체가 냉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열복사는 절대온도 0도가 아닌 모든 사물은 외부로 빛을 방출하는데 이를 복사라고 한다. 이때 빛의 파장은 사물의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는 태양빛은 약 6,000도의 태양이 방출하는 열복사이다.

실제 겨울철(평균대기 약 0℃) 야외 태양광 노출 실험에서 나노구조가 적용이 안 된 기존 구리판과 비교하여 약 4℃ 이상의 냉각 효과를 확인하였다.

여름철(평균대기 약 25℃)을 가정하여 시뮬레이션 한 결과 10℃ 이상의 냉각 효과가 예측되었다. 뜨거울수록 열복사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여름철 냉각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핵심은 널리 쓰이는 금속인 구리판에 두께 500nm의 황화아연을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 모양의 구리 타일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틈새 플라스몬” 구조를 제작한 것이다.

▲ 틈새 플라스몬 구조 도입 후 복사 스펙트럼 측정 결과 및 각 공명 파장에서의 전기장 분포

금속 판 위에 얇은 유전체를 코팅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의 금속 타일을 얹으면 틈새의 유전체 영역에 빛이 강하게 모이는 틈새 플라스몬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틈새 플라스몬이 금속이 “흑체”와 같이 행동하도록 도와 금속 표면에서도 강한 열복사가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이때 흑체란 열복사율이 100%인 이상적인 물체를 말한다. “키르히호프의 열복사 법칙”에 따르면, 흑체는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 이번 연구에서 틈새 플라스몬은 복사 파장의 빛을 잘 흡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키르히호프의 열복사 법칙”에 따라 금속의 열복사율이 향상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전도나 대류를 이용하는 냉각방식이 소형화가 어렵고 추가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선경 교수는 “이번에 제시한 나노구조를 도입해 만든 복사 냉각 기술은 구리, 알루미늄, 은, 백금 등 산업체에서 쓰이는 모든 금속에 적용 가능하고, 얇고 신축성이 있어 다양한 모양의 금속 발열체에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중견후속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에 4월 21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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