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KAIST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이민구, 김대희, 송한찬 박사, 고태욱, 최문구, 김은영
(왼쪽부터 시계방향) KAIST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이민구, 김대희, 송한찬 박사, 고태욱, 최문구, 김은영

[기계신문] 인간의 뇌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시냅스 가소성’과 ‘내재적 가소성’이라는 두 가지 적응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시냅스 가소성은 뉴런 간 연결 강도의 변화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며, 내재적 가소성은 개별 뉴런이 과거 자극을 바탕으로 스스로 흥분도를 조절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정보 처리를 가능케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공지능 반도체 연구는 주로 시냅스 모사에 집중되어있었고, 뉴런 수준의 내재적 가소성을 하드웨어로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뇌의 학습·기억 원리를 더 깊이 모사할 수 있는 차세대 뉴로모픽 소자 개발이 요구되어왔다.

이런 가운데,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뉴런이 과거 활동을 기억해 스스로 반응 특성을 조절하는 ‘내재적 가소성(intrinsic plasticity)’을 모방한 ‘주파수 스위칭 뉴리스터(Frequency Switching Neuristor)’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내재적 가소성’은 같은 소리를 여러 번 들으면 점점 덜 놀라거나, 반복된 훈련을 통해 특정 자극에 더 빨리 반응하게 되는 것과 같은 뇌의 적응 능력을 뜻한다.

‘주파수 스위칭 뉴리스터’는 마치 사람이 자극에 점점 익숙해져 덜 놀라거나, 반대로 반복된 훈련으로 점점 더 민감해지는 것처럼 신호의 빈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인공 뉴런 소자다.

연구팀은 순간적으로 반응했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휘발성 모트 멤리스터’와 입력 신호의 흔적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비휘발성 멤리스터’를 결합해, 뉴런이 신호를 얼마나 자주 내보낼지(발화 주파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소자를 구현했다.

뉴런과 주파수 전환 뉴리스터의 비교 개념도. 뇌 신경세포의 내재적 가소성은 이온 채널해 흥분성을 조절한다. 주파수 전환 뉴리스터는 휘발성Mott 소자가 전류 스파이크를 발생시키고, 비휘발성VCM 소자가 저항 상태를 조절하여 이와 유사한 주파수 조절 특성을 구현한다.
뉴런과 주파수 전환 뉴리스터의 비교 개념도. 뇌 신경세포의 내재적 가소성은 이온 채널해 흥분성을 조절한다. 주파수 전환 뉴리스터는 휘발성Mott 소자가 전류 스파이크를 발생시키고, 비휘발성VCM 소자가 저항 상태를 조절하여 이와 유사한 주파수 조절 특성을 구현한다.

이 소자는 뉴런 스파이크 신호와 멤리스터 저항 변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반응을 조절한다. 반복해서 들은 소리에 덜 놀라거나 특정 자극에 점점 더 예민해지는 뇌의 반응을 반도체 소자 하나로 흉내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희소 신경망(Sparse Neural Network)’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뉴런 자체의 기억 기능을 통해 기존 신경망보다 27.7% 낮은 에너지 소모로 동일한 성능을 구현했다.

또, 일부 뉴런이 손상되더라도 내재적 가소성을 통해 네트워크가 스스로 재구성되어 성능을 회복하는 뛰어난 복원력도 입증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은 전기를 덜 쓰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부 회로가 고장 나도 스스로 보완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김경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의 핵심 기능인 내재적 가소성을 단일 반도체 소자로 구현해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한 차원 높인 성과”라며 “스스로 상태를 기억하고 손상에도 적응·복구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엣지 컴퓨팅, 자율주행 등 장시간 안정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의 핵심 소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8월 18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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