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신문]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이 자연계 효소와 같이 금속과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는 고분자를 이용하여 원하는 반응물만 선택적으로 반응시킬 수 있으면서도 높은 장기 안정성을 보이는 고성능 산업 촉매를 개발했다.
촉매는 화학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촉매 표면에 흡착된 반응물을 생성물로 빠르게 전환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정유, 화학산업의 다양한 공정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반응 경로 중 반응물을 선택적으로 원하는 생성물로 전환시키는 고선택성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에서 이용되는 화학 촉매들은 알루미나, 실리카, 제올라이트와 같이 딱딱한 무기물 표면에 금속을 올린 구조이다. 이러한 무기물은 열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다양한 반응 조건에서도 촉매가 안정하게 이용될 수 있지만 촉매의 선택도를 높이기 위한 섬세한 조절이 불가능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촉매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촉매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효소이다. 효소는 반응물을 전환하는 활성점을 천연 고분자인 단백질이 3차원적으로 둘러싼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단백질의 구조에 따라 오직 원하는 반응물만이 활성점에 접근하여 생성물로 전환될 수 있다.
연구팀은 효소의 단백질과 유사한 고분자를 이용해 금속 활성점과의 상호작용을 조절한 새로운 개념의 촉매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고분자는 일정 단위체의 반복적인 화학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높은 분자량의 거대분자이며, 합성에 사용한 단위체에 따라 고분자의 작용기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금속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작용기를 포함한 고분자를 합성하고 팔라듐 금속 입자를 포함한 촉매를 만들었다.
금속과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고분자는 효소와 같이 금속 주위를 고분자가 3차원적으로 둘러싸는 형태를 보이는 한편,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고분자는 금속을 둘러싸지 못하고 금속 표면이 노출된 형태가 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합성된 촉매를 이용해 석유화학의 에틸렌 생산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아세틸렌 부분 수소화 반응에 적용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 접착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이용하는 기본 핵심 원료이며 현재 국내에서는 주로 나프타를 분해하여 생산한다.

나프타 분해시설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에는 불순물인 미량의 아세틸렌이 함께 포함돼 있는데, 이 아세틸렌이 화학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촉매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소화 반응을 통해 제거해주는 공정이 필수적이다. 이 공정에서 핵심은 99% 이상의 에틸렌은 소모하지 않으면서 1% 미만의 아세틸렌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규 촉매를 이 공정에 적용한 결과, 강하게 상호작용해 3차원 구조를 형성한 촉매는 고분자가 아세틸렌에만 접근해 높은 선택도를 보였다. 하지만 약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고분자가 금속 표면을 덮지 못한 촉매에서는 아세틸렌과 에틸렌에 모두 접근해 낮은 선택도를 보였다.
또한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고분자일수록 비활성화를 일으키는 탄소 침적물인 코크의 생성을 차단하고 금속 입자의 뭉침 현상을 억제해 장기간 반응에서도 높은 활성과 선택도를 유지했다.

최민기 교수는 “자연계 효소의 원리를 모방해 고분자와 금속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하고 원하는 반응물만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서도 매우 우수한 안정성을 가지는 촉매 설계 방법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던 새로운 개념”이라면서 “향후 높은 선택도가 필요한 다양한 화학반응에 폭넓게 응용 및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LG화학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현경림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에 지난 5월 1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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