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와 해양을 통한 냉각 효과 전달 과정 이해

▲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사진 가운데) 연구팀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에서 남극과 북극의 일사량을 감소시켰을 때 적도 인근 태평양에서 부는 바람인 열대 태평양 무역풍이 세진다는 것을 보였다고 밝혔다.

[기계신문] 열대 기후는 열대 지역의 평균적인 기상 특성이면서 동시에 전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열대 기후의 패턴에 따라 전 지구의 기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대지역의 동서 수온 패턴에 따라 미국의 겨울의 세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열대 지역의 기후 변화 및 변동성을 이해하는 것은 기후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이다.

자연스럽게 열대 기후의 변동은 1950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활발하게 연구돼왔다. 다만 이 연구들은 주로 열대로부터 기인한 열대 기후의 변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반대로 2000년대 초반이 되어서 고(古)기후 자료들을 통해 고위도와 열대의 기후가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위도가 열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게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고위도 기후 변화가 열대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이 연구들을 통해 대기가 어떻게 고위도의 변화를 열대에 전달하는지가 확인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이해하기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기후모델을 간소화하여 활용했다.

그런데 최근 한미 공동 연구진이 극지방에 냉각 효과를 주는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가운 극지방을 더 차갑게 얼리면 멀리 떨어진 열대 태평양의 바람세기가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에서 남극과 북극의 일사량을 감소시켰을 때(냉각 효과) 적도 인근 태평양에서 부는 바람인 열대 태평양 무역풍이 세진다는 것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열대 태평양 무역풍이 강해지고 있는 최근 추세를 설명할 새로운 가설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기존 기후모델들은 열대 태평양 무역풍 세기가 약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열대 태평양 무역풍은 차가운 동태평양(남미 앞바다)과 따뜻한 서태평양 간의 온도 차 때문에 부는 바람이다.

기후 모델은 대기와 대륙, 해양, 빙하 등 복잡한 요소를 수식으로 만들어 슈퍼컴퓨터로 계산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강 교수팀은 기후 모델을 이용하여 남극과 북극의 일사량 (햇빛양)을 줄이는 모의실험을 수행하였다.

▲ 극지 냉각효과가 열대지역에 미치는 영향 시뮬레이션

(A) (북극 냉각효과, 해양 고려) 북반구 고위도 냉각효과가 열대 동태평양 바닷물의 용승(colder upwelling)을 통해 동서간 해수면 온도차를 늘리고 워커순환(열대 태평양 무역풍)이 강해짐. (B) (남극 냉각효과, 해양 고려) 마찬가지로 워커순환이 강해짐. (C) (북반구 냉각효과, 해양 제외) 열대수렴대(6.5 mm/day의 강우량을 보이는 지역, 노란색선)로 인해 서태평양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줌. 또한 구름에 의한 햇빛 반사로 서태평양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동서간 해수면 온도차가 더 줄고 워커순환이 약화됨. (D) (남반구 냉각효과, 해양제외) 남반구 고위도 냉각효과는 열대수렴대를 피해 열대 동태평양으로 전파됨에 따라 동서간 해수면 온도 편차가 증가하고, 워커순환이 강해짐.

기후 모델 오차의 원인으로 지목된 남극 일사량 과대모의 해소 효과나 산업화한 북반구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햇빛을 반사해 감소된 북극 일사량 효과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남극과 북극에서 각각 발생한 냉각 효과가 바닷물(해양)이나 공기(대기)를 타고 열대 태평양에 전달돼 무역풍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팀은 해양의 순환이 대기 순환보다 열대 태평양 무역풍 세기 강화에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를 위해 기후 모델에 대기나 해양 같은 구성 요소를 각각 추가 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각 요소의 중요도를 알아보는 ‘계층화 모델 실험 기법’을 썼다.

美 하와이대학교 말트 스튜커(Malte Stuecker)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고안된 계층화 모델 실험 기법을 사용하면 열대 기후에 미치는 대기와 해양의 상대적인 영향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극과 북극에서 발생한 냉각 현상이 열대지역으로 전달되는 경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예철 UNIST 도시환경과학과 연구원은 “대기를 통한 북극 냉각 효과 전파는 북반구 적도 위쪽에 존재하는 열대수렴대(열대 강우대)에 가로막힌다”며 “동태평양에서 솟아오르는 차가운 바닷물(해양)이 존재해야만 북극 냉각 효과가 열대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강사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위도 지역의 시뮬레이션 오차 개선을 통해 예측 오류가 빈번한 열대 지역의 오차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물”이라며 “연구에서 고안된 계층화 모델 실험 기법은 미래 기후 예측이나 과거 고(古)기후 복원에서 열대와 고위도 지역의 ‘양방향 원격 상관’을 추가 분석하는데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최근 고위도와 열대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위도가 열대에 미치는 영향성에 대해 확인하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열대 대기 순환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고위도 기후 오차를 개선이 열대 기후 개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고위도 변화가 열대 기후에 미칠 가능성을 제시하고, 미래 기후에서 고위도가 열대 기후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남빙양은 기후 모델에서 가장 큰 오차를 보여주는 지역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제시하였듯이 고위도 기후 오차를 줄이는 것이 지역적 기후 오차를 넘어서 열대 지역과 전 지국 기후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여성과학자 및 연구교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11월 20일자 온라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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