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약물의 효능 평가를 위해 인간의 생리학적 특징을 모방한 세포 스페로이드 기반의 체외 조직모델의 개발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때 세포 스페로이드(cell spheroid)는 다수의 세포가 덩어리 형태를 가진 세포 원형의 집합체로서, 2D의 세포 배양 환경보다 3D인 생체와 더 유사한 형태이기 때문에 조직공학 및 조직모델 제작 연구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다수의 세포가 뭉쳐진 세포 스페로이드를 이용할 경우 세포 접합 상호작용(contact-dependent interaction)이 향상돼 세포의 생존율, 단백질 분비 등 다방면의 세포 기능이 향상된다. 이를 제작하기 위하여 주로 세포가 부착할 수 없는 마이크로 웰(microwell, 끝부분이 동그란 세포 배양 용기)에 세포를 분주해 세포 스페로이드 형성을 유도하는 방법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기존의 세포 스페로이드 제작 방법은 주변 분비 상호작용(paracrine interaction)을 고려한 스페로이드의 정교한 배치가 불가능하며 몇몇의 연구는 2차원 배치만 가능했다. 특히 다종의 세포 스페로이드의 배열은 가능하지 않았다.

바이오 프린팅(세포나 생체 재료가 포함된 바이오 잉크를 3D프린팅 하는 기술) 기술을 이용해 세포 스페로이드를 패터닝하는 소수의 연구가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소개된 기술들은 스페로이드 배치의 분해능이 낮아 많은 양의 세포 간 혼합이 발생해 세포의 괴사를 야기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현욱 교수(맨 좌측) 연구팀

그런데 최근 세포 스페로이드를 원하는 위치에 바로 찍어낼 수 있는 정밀 프린팅 기법이 개발됐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현욱 교수팀이 줄기세포나 암세포 스페로이드를 정밀하게 프린팅하는 ‘3D 바이오 도트(dot)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를 구형으로 뭉쳐 자라나게 하는 기술(배양)’과 세포가 포함된 바이오 잉크를 3차원으로 인쇄하듯 찍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합친 이 기술은 세포 스페로이드 간 간격을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까지 가깝게 만들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이 때문에 스페로이드 간 간격을 실제 인간 세포들의 ‘언택트 교신’(paracrine interaction)을 정확히 모사할 수 있다.

▲ 바이오 도트 프린팅 과정과 활용. (위) 바이오 도트 프린팅을 통한 세포 스페로이드 유도과정 (아래) 바이오 도트 프린팅을 통해 제작된 암세포 스페로이드 침습모델 및 간 모델의 형광 이미지

뿐만 아니라 세포의 종류에 관계없이 3D 바이오 프린팅의 장점인 삼차원 적층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정밀 바이오 가공 기술(CAD/CAM)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체 장기와 더 닮은 조직 모형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연구팀이 개발한 3D 바이오 도트(dot) 프린팅은 배양하고자 하는 세포가 포함된 바이오 잉크를 혼합 하이드로젤 안에 구 형태로 하나씩 찍어내는 방식이다.

이때 바이오 잉크 주위 혼합 하이드로겔은 세포를 구형으로 뭉치는 ‘틀’ 역할을 한다. 잉크 속 가교제가 접촉면을 구형으로 굳히기 때문이다. 또, 바이오 잉크 안에는 세포가 배양되면 녹아 없어지는 성분도 함께 들어있어, 구 형태틀 안에서 세포가 뭉쳐지면서 자라게 된다.

▲ 바이오 도트 프린팅을 통한 세포 스페로이드의 사이즈 및 위치 조절. (a) 세포 농도 및 잉크의 토출 시간 조절을 통해 사이즈가 조절된 세포 스페로이드의 현미경 사진 (b) 각 조절변수에 따른 세포 스페로이드의 지름 측정 결과 (c) 프린팅 경로 디자인을 통한 세포 스페로이드 간 거리 조절 (d) 프린팅 경로 디자인을 통한 세포 스페로이드 표면 간 거리 측정 결과

전승규 연구원은 “기존 스페로이드 3D 프린팅 기법과 달리 별도의 스페로이드 배양 과정이 필요하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 바로 스페로이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구형의 조직인 췌도(랑게르한스 섬)의 베타세포, 간세포 등을 스페로이드 형태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간세포는 기존 스페로이드 배양법으로 배양된 세포보다 성능과 수명이 우수했다.

또 연구팀은 다양한 세포 스페로이드 간의 상호작용을 살피는 실험도 함께 진행했다. 개발된 바이오 도트 프린팅 기법으로 암이 섬유아세포로 침투하는 모형이나 혈관상피세포와 간세포 스페로이드 간의 상호작용을 볼 수 있는 모형을 만들었다.

▲ 혈관내피세포와 간세포 스페로이드의 거리에 따른 간세포 스페로이드의 기능성. (a) 간세포 스페로이드가 혈관 내피세포와 떨어져 있을 때 알부민 분비가 증가 (b) 간세포 스페로이드가 혈관 내피세포와 떨어져 있을 때 약물대사능 증가

강현욱 교수는 “개발된 바이오 도트 프린팅 공정은 간세포, 췌도의 베타세포, 암세포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쓸 수 있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암 침습모델, 간 질환 치료 패치, 줄기세포 스페로이드 기반 이식용 이종장기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도트 프린팅 기술은 암, 간 모델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스페로이드 기반 질병모델의 개발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여러 조직 모델들의 상호작용을 구현할 필요가 있는 장기모사칩의 개발에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외에도 3D 바이오 도트 프린팅 기술은 현재 세포 스페로이드가 활용되고 있는 조직공학 및 재생 의학연구 전반에 진보된 기술을 제공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9월 22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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