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선·근적외선 모두 흡수해 효율 상용화 분기점 가까워져

▲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성연 교수(맨 우측) 연구팀이 이종 소재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성질이 다른 고분자 태양전지를 이어 붙인 ‘1+1 기술’이다.

[기계신문] 실리콘 태양전지와 비교했을 때, 소재와 공정 비용을 절감하면서 유연하고 가벼운 차세대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차세대 태양전지에는 유기 고분자,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양자점(Quantum Dot), 염료(Dye) 등의 다양한 광활성층 소재를 사용하는데, 소재별로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주요 파장영역대가 상이하다. 이에 따라 단일 소재로는 태양광 흡수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동안 상보적인 특성을 보이는 이종(異種)의 소재를 하나의 태양전지 소자에 복합화하려는 노력이 많이 시도됐으나,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종의 소재를 하나의 소자에 복합화하기 위해서는 각 소자의 광 흡수 특성을 잘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또한 소재들의 접합 계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준위와 전극 형성까지 소재합성에서 소자 제작에 이르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용화 분기점인 20%에 가까운 18% 효율의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기존 효율을 45%나 끌어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성연 교수팀이 이종 소재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성질이 다른 고분자 태양전지를 이어 붙인 ‘1+1 기술’이다.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흡수하지 못하는 태양광 근적외선 영역을 고분자 소재가 대신 흡수하는 방법으로 전지 효율을 높였다.

광흡수 소재(광활성층)로 무기물 페로브스카이트를 쓰면 일반 유·무기물 혼합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보다 열에 대한 안정성이 훨씬 우수한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 휘발성 물질이 없고 구조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물질로 태양전지를 만들었을 때 일반 유·무기물 혼합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 연구팀이 개발한 무기 페로브스카이트·고분자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 (a)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의 구조. 밤색이 무기페로브스카이트, 파란색이 고분자 소재 (b) 탠덤태양전지의 전자주사현미경 단면도 (c)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의 광흡수 거동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d)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에서 얻어진 외부 양자효율 그래프. 가로축은 빛의 파장, 세로축은 외부에서 들어온 광자(빛 알갱이)로 전자(전하 입자)를 방출한 비율을 나타내는 양자효율

연구팀은 두 종류의 광흡수층을 함께 쓰는 방식으로 무기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약점을 보완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단위 전지(sub-cell)’와 ‘고분자 소재 단위 전지‘가 상하로 직렬 연결된 ‘1+1 탠덤 구조’ 전지를 만든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단위 전지는 태양광 가시광선 영역을, 고분자 소재 단위 전지는 근적외선 영역을 흡수하는 원리다.

장성연 교수는 “광학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태양광 흡수 영역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와 고분자 소재를 각각 디자인하고, 두 개의 단위 전지를 결합할 때 발생하는 ‘전압 손실’을 최소화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롭게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고분자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는 전체 제조 공정을 ‘저온용액공정법’을 통해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 액체(용매)에 전지재료를 분산시킨 뒤 인쇄하듯 찍어내는 방식이다. 그 덕분에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대량생산에 유리하고, 제조비용도 싸다.

장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는 각 소재가 갖는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기술이 적용됐다”며 “이를 통해 향후 28% 이상의 고효율·고안정성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태양전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소자와 유기 고분자 소자는 각각의 단일소자로는 광전변환효율이 최대 12.5%를 보였다. 그러나 두 소자의 복합화로 제작한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소자는 기존 단위셀의 효율보다 45% 이상 향상된 광전변환효율이 18.04%에 이르렀다.

또한, 개발된 무기 페로브스카이트·유기 고분자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의 경우, 전체 공정을 비교적 저온에서 용액공정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추후 상용화에 매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리드 탠덤 태양전지는 다양한 소재들이 지니는 고유한 특성 중 장점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이 개념은 다양한 이종 소재들의 하이브리드 소자화를 촉진하는 연구방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저온 용액공정을 통한 하이브리드 소자 제조 기술은 차세대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편, 한국연구재단(NRF)과 중견연구자과제와 기후변화대응과제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10월 6일자로 출판됐다.

기계신문, 기계산업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