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체결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원만한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은 이에 대비해 글로벌 원부자재 조달 및 수출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기계신문] 올해 초 체결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원만한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은 이에 대비해 글로벌 원부자재 조달 및 수출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무역협회가 12일 발표한 ‘미·중 무역분쟁의 최근 흐름과 중국 수입시장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1단계 합의의 대미 수입확대 약속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까지 중국의 대미 추가수입 실적은 예정된 목표액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미·중 1단계 합의는 2020~2021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구매확대를 주요내용으로 한다. 중국의 목표달성이 미흡한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하락과 인위적인 수입선 전환의 한계 등으로 풀이된다.

▲ 중국의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 관련 조치(2020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서도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압박정책의 최대 치적인 1단계 합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중국 역시 1단계 합의의 의미를 긍정하면서 먼저 미국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보이지 않고, 미국의 견제 조치에 동등한 ‘조치’로 맞서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과의 갈등수위를 조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올해 역시 미·중 갈등의 전선은 축소보다는 확장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책임론, 1단계 합의의 이행실적, 보조금, 미국의 대 화웨이 수출통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홍콩보안법 이슈,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문제, 틱톡/위챗의 미국 내 퇴출문제, 상호 영사관 폐쇄 등 경제, 정치, 안보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시작되어 총 네 차례에 걸친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 부과로 인해 2019년 보복관세 대상품목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3.6% 감소했으며, 2020년 1~7월 기준으로도 3차(2018.9)와 4차(2019.9) 보복관세 품목들을 중심으로 대미 수입감소는 이어지고 있다.

▲ 중국의 제재별 대미수입(2017~2020.1~7) (단위 : 억 달러) *자료 : KITA.net 중국무역통계

미·중 1단계 합의는 중국의 대미 수입확대가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올해 1~7월 중국의 대미 수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대미 수입은 전년동기비 1.6% 감소했을 뿐 아니라 1단계 합의에 포함된 품목의 수입 역시 오히려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미·중 1단계 합의가 적어도 현재까지는 중국의 대미 수입증가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매월 같은 양을 균등하게 수입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중국통계 기준으로 중국은 1단계 합의에 포함된 품목의 대미 수입을 7월까지 1,013억 달러(서비스 제외)까지 늘렸어야 하지만, 동 기간 중국의 합의 품목 해당 수입은 488억 달러에 불과해 목표 달성을 위한 기준의 48.1%에 불과하다.

중국이 최근 7월 들어 대미 원유수입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늘리는 등 미국으로부터 농산품과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있으나 2020년 말까지 중국이 1단계 합의에 명시된 대미 수입증가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중국의 제재별 대미수입 증감율(2017~2020.1~7) (단위 : %) *자료 : KITA.net 중국무역통계

아울러 그간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 부과의 여파로 인해 중국 수입시장에서 일부 농산물을 중심으로 미국산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부과받는 경쟁국 제품의 점유율이 상승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금껏 줄곧 전선이 확대된 미·중 갈등은 무역,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가 도화선이 되었으나, 현재의 미·중 갈등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대중국 견제의 논리로 활용하면서 홍콩보안법,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 대만 이슈 등 중국 입장에서도 쉽사리 양보하기 어려운 이슈로까지 이미 확장되었다.

대화웨이 견제로 대표되는 미국의 수출통제가 중국의 파운드리 SMIC로까지 대상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처럼, 미국의 ‘국가안보’ 논리는 견제대상을 바꿔가며 대중국 갈등 이슈를 재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의 대화웨이 제재와 화웨이의 대응(2019.5~)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느 측이 승리하더라도 이미 초당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년간 미·중 분쟁을 주도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2기를 맞을 경우는 물론 ‘동맹과의 연대를 통한 대중국 견제’를 기조로 삼고 있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사안별로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에의 ‘편가르기’ 요구는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이 지나면 미·중 1단계 합의의 핵심내용이었던 중국의 대미 수입확대의 이행 여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불가피하며, 1단계 합의에서 다루지 못한 보조금, 국영기업 문제 등 ‘중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 역시 새로운 분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은 전방위적인 미중 갈등의 장기화에 대비해 ▶대중국 원자재 수출 감소 ▶화웨이 등 중국기업과의 거래여부 ▶중국 내 한국기업의 수출입 영향 ▶미국의 대 중국기업 제재 확대 가능성 등 글로벌 거래를 둘러싼 전반적인 조달 및 수출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미국 상무부가 내놓은 화웨이 제재안에 따라 화웨이와 직접 교역하지 않는 우리 기업들도 납품처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근거가 ‘국가안보’라는 포괄적인 논리인 이상 언제든지 제2, 제3의 화웨이 제재와 같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이원석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이어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SMIC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국의 대중국 견제 대상은 앞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면서 “중국 역시 사안별로 미국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은 미·중 관계에서 추가적인 갈등 이슈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관련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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