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로봇은 산업 현장을 넘어 서비스, 군사 그리고 의료 분야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로봇은 단단한 몸체를 연결한 관절부에 모터 등의 구동장치를 설치하여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로봇은 강한 힘을 낼 수 있지만 움직임에 동적 자유도가 낮고, 단단한 몸체로 인해 사람과 동시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

이에 반해 소프트 로봇은 부드러운 몸체를 이용하여 제작되어 무척 높은 동적 자유도를 가지며 인체와의 충돌에서 인체에 가해지는 피해가 작고, 물질 단위에서 주위의 환경을 인식하여 스스로 반응하는 스마트 소재의 접목 용이하다는 등의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 개발된 소프트 로봇의 성능은 대부분 로봇을 이루고 있는 소재 자체의 특성에서 파생되기 때문에, 복잡한 시스템의 구현이나 다양한 기능성을 만들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소프트 로봇의 잠재력을 완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중 재료를 이용하여 3D 구조체를 제작하는 새로운 설계 방식과 더불어, 이를 위한 단순한 제조법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UNIST 신소재공학부 김지윤 교수 연구팀은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소프트 로봇’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건축물에 쓰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움직일 수 있는 ‘불가사리’ 로봇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재료’와 실처럼 팽팽하고 ‘유연한 재료’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있는 구조다. 적은 재료로 강한 강도,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건축물에 주로 쓰인다.

▲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의 제작. 다중 재료 3D 프린팅으로 희생 틀을 프린트 한 후, 지능형 소재를 내부에 주입한다. 지능형 소재의 경화 후에 물을 이용하여 희생 틀을 제거하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텐세그리티 구조를 얻을 수 있다.

흔히 ‘로봇’ 하면 마징가 제트 같은 강철 로봇이나 산업현장에 쓰이는 금속 팔 로봇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병 로봇이나 애완용 로봇 같은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사람과 함께하는 이러한 로봇은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유연한 재료로 만들어진 ‘소프트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소프트 로봇을 만들 때 재료 자체의 부드러운 특성에만 의존하면 복잡한 로봇의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기 힘들다.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고, 특수한 구조를 만들어 로봇을 구현하는 방식이 연구되는 이유다.

연구팀은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다양한 소프트 로봇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 제작 방식 개발했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들이 공중에서 연결된 구조라 일반적인 3D 프린팅 제작 기법을 이용해 이 구조가 적용된 로봇을 만들기 힘들다.

연구팀은 3D프린팅 기법과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용성 희생틀(Sacrificial mold)을 이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하여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료와 희생틀을 프린팅한 뒤, 희생틀 내부에 유연한 재료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희생틀은 물에 녹기 때문에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하준 연구원은 “3D프린팅이라는 대표적인 상향식 제품 제작법과 ‘식각’이라는 하향식 제작법을 접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구조체 제작방식과 설계 기법을 이용해 정육면체(cube), 도넛(toroid), 삼각기둥(prism) 등 다양한 형상의 텐세그리티 구조를 제작했다. 또 만들어진 텐세그리티 구조체를 기본 모듈로 사용해 5개의 다리가 달린 전기로 구동하는 불가사리 로봇을 조립했다.

텐세그리티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에 앞으로 걷거나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외부 자극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소재를 적용하면 스스로 움직는 불가사리 로봇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 자성 소재를 적용해 스스로 움츠렸다 펴졌다는 불가사리 로봇도 제작했다.

김지윤 교수는 “텐세그리티 구조의 특성을 이용하면 ‘재료’만으로는 만들기 어렵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기계적 물성을 갖는 다양한 메타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고 빠르게 원하는 형태로 구현 가능한 기법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다양한 형상과 기능을 갖는 유연하고 강인한 블록을 쉽게 만들 수 있어 소프트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로봇 분야 국제학술지 ‘Science Robotics’에 8월 26일자로 온라인 게재됐으며,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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