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리튬이온배터리의 발전은 에너지저장시스템의 혁신을 견인했다. 특히 전자기기의 소형화와 함께, 현대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장치와 결합되어 휴대용 전자기기로서의 사용이 극대화되고 있다.

배터리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열은 피할 수 없는 부분으로, 상온보다 20~40℃ 가량 높은 온도에서 배터리가 구동되곤 한다. 과열은 배터리의 성능을 감소시키고, 수명을 줄이는 원인이다. 하지만 배터리의 복잡한 구성으로 인해 지금까지 성능 감소의 물리·화학적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리튬이온배터리가 상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가동될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고려하면, 온도에 따른 배터리 성능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규명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있어 필수적이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과 성영은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유승호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온도에 따른 리튬이온배터리 전극물질의 구조 변화를 관측하고, 배터리 열화과정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 상온과 온화한 열 조건 하에서 리튬이온배터리 구조 변화.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 리튬이온배터리가 40~60℃의 온화한 열 조건에서 충‧방전될 때 추가적인 상변화가 일어나며, 전극물질을 노화시키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온도가 배터리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이산화티타늄(TiO₂)을 전극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조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으로는 주로 흑연이 쓰인다. 그러나 이산화티타늄은 흑연보다 안정적인 데다, 저렴하고 친환경적이어서 차세대 전극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은 충·방전 시 온도를 달리하며 X선 회절 분석법을 통해 이산화티타늄 전극 구조 변화를 관측했다. 그 결과, 구동 온도가 높아지면 상온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새로운 리튬 저장 메커니즘이 진행됨을 밝혀냈다.

X선 회절 분석법은 결정격자를 통과한 X선(자외선보다 짧은 파장의 영역으로 파장이 10~0.01나노미터) 회절의 결과를 해석해 결정 내부의 원자가 어떤 배열을 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Li+)이 음극으로 이동해 이산화티타늄과 반응하여 상을 변화(Li₀.₅₅TiO₂)시킨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 고온 충‧방전 후 전극 구조 변화. 고온에서 일어나는 2차 상변화로 인해 전극으로 쓰인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가 잘게 쪼개지는 현상을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측했다. 결과적으로 나노입자의 결함은 배터리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석결과 상온보다 20~30℃만 높아져도 1차 상변화 후 추가적인 2차 상변화(Li₁TiO₂)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고온이 아닌 전자기기 사용 시 발생하는 40℃ 수준의 온화한 열 조건에서도 예상치 않았던 추가 상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어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2차 상변화에 따른 전극의 구조 변화를 관찰했다. 2차 상변화가 일어나면 에너지 장벽이 높아져 이산화티타늄 전극 내부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기 어려워진다.

마치 동맥경화처럼 전극 내에 리튬이온이 축적되다가, 충·방전을 거듭하면 결국 이산화티타늄 격자 구조에 결함이 생겨 비가역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 상온과 고온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기화학적 구동. 60℃에서 배터리를 충‧방전할 때 1.5V 부근에서 추가적인 평탄전위와 peak가 발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리튬이온의 2차 상변화로 인한 것으로, 상온에서와는 다르게 60℃에서 배터리를 구동하게 되면, 추가적인 상변화로 인해 배터리의 전기화학적 반응이 변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 서로 다른 열 조건하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성능 비교. 온도가 높아지면 발생하는 추가적인 상변화는 초반에는 배터리의 성능을 높인다. 리튬이온을 추가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방전을 거듭하면 결국 리튬이온이 전극 내부에 축적되며 전극의 결함과 노화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배터리의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 배터리 안정성의 핵심인 열화과정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만큼, 향후 차세대 배터리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유승호 교수는 “열 발생을 수반하는 에너지 장치의 배터리 설계에 있어 온도는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면서 “온도가 높아지면 추가적인 상변화가 발생하며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저하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최근 전기자동차의 수요 급증과 함께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 물질의 개발이 중요해졌다”며 “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용량이 높고 안정적인 동시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8월 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기계신문, 기계산업 뉴스채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