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반도체 칩 안의 소자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재가 나왔다. UNIST 자연과학부 신현석 교수팀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신현진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등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

이때 유전율이란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하며, 유전율이 낮으면 전기적 간섭이 줄어들어 반도체 소자 내 금속 배선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줄임과 동시에 정보처리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이 절연체의 유전율을 낮추는 것인데, 공동연구팀이 기존 절연체보다 30% 이상 낮은 유전율을 갖는 ‘비정질 질화붕소(amorphous boron nitride) 소재’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 실리콘 기판(노란색) 위에서 붕소 및 질소의 증착에 의해 3nm a-BN 박막이 형성되는 과정 시뮬레이션

현재와 같은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소자가 작아질수록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이 심해져 오히려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 간섭을 최소화하는 낮은 유전율을 가진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 한계 극복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발간한 ‘2015 ITRS 로드맵’에 따르면, 트랜지스터의 세대가 거듭될수록 요구되는 절연체의 유전율은 감소하고 2028년에는 유전상수 2.0 이하의 유전체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존 기술로는 불가능해, 초저유전 소재 개발이 IC칩의 집적화에서 한계점 중의 하나로 지목됐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절연체는 다공성 유기규산염(p-SiCOH)으로 유전율이 2.5 수준이다. 이번에 공동연구팀이 합성한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은 1.78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 이하의 신소재를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반도체 칩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작동 속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론적 계산 및 포항가속기연구소 4D 빔라인을 활용해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은 이유가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 (a) a-BN의 유전상수, (b) 기존 저유전 소재와 a-BN의 밀도 및 유전상수 비교 데이터, © 기존 저유전 소재와 a-BN의 breakdown field 비교 데이터, (d) 코발트(Co) 금속 증착 후 600도에서 가열해도 Co 원자가 실리콘(Si) 기판으로 못 이동하도록 a-BN이 장벽 역할을 함을 보여주는 단면 HR-TEM 이미지. 기판으로 못 이동하도록 a-BN이 장벽 역할을 함을 보여주는 단면 HR-TEM 이미지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으나,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아 이런 작업 없이도 높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홍석모 UN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낮은 온도에서 육방정계 질화붕소(화이트 그래핀)가 기판에 증착되는지 연구하던 중 우연히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 특성을 발견했고, 반도체 절연체로써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현석 UNIST 교수는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일본 수출 규제 등 반도체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핵심 소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반도체 산업계에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지던 부분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협력을 통하여 해결방안을 찾아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의 그래핀 연구 프로젝트(Graphene Flagship) 파트너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매니쉬 초왈라 교수와 스페인 카탈루냐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스테판 로슈 교수가 참여하여 국제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실, 중견연구(전략)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삼성전자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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