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을 이용해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 측정값을 구현, 국제비교 참가에 성공했다. 사진은 KRISS 플랑크상수질량팀(왼쪽부터 서민기 선임연구원, 이광철·김동민 책임연구원, 김명현 선임연구원)

[기계신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을 이용해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 측정값을 구현, 국제비교 참가에 성공했다.

국제비교는 각 나라의 측정값을 비교하는 것으로, 분야별로 국제비교가 실행되고 있다. 이번 국제비교는 단위 재정 이후 국제 질량 눈금을 정하기 위해 첫 번째로 시행됐다. 질량비교기가 있는 BIPM(국제도량형국)에 각 나라의 측정값을 보내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번 국제비교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불확도 2×10⁻⁷ 이하의 선제조건이 요구됐다. KRISS는 1.2×10⁻⁷의 불확도를 달성했으며, NRC(캐나다), NIST(미국), BIPM(국제도량형국), NIM(중국) 등 총 5개 표준기관이 키블저울 실험을 이용해 참가했다.

키블저울(Kibble Balance)은 1975년 영국표준기관의 브라이언 키블에 의해 제안되었고, 측정 대상에 가해지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비교해서 측정 대상의 질량을 알아내는 저울이다.

▲ KRISS 키블저울 외형도(그림)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은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한 금속 원기의 질량을 1 ㎏으로 정의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100여 년 동안 약 수십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 g)이 변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단위가 불안정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제약, 반도체 등 정확한 질량측정을 요구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질량측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치 않는 상수인 플랑크 상수(h) 값을 이용해 물체의 질량을 구현하는 장치인 키블저울이 고안됐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가속도,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집합체로서 모든 측정의 불확도가 10⁻⁸(1억 분의 1)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KRISS 플랑크상수질량팀은 2012년 연구를 시작해 2016년 처음으로 키블저울을 설치했다. 당시 각 요소의 측정 불확도는 10⁻⁶ 수준이었고, 전체 측정 불확도는 10⁻⁶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 KRISS 키블저울 외형도(사진)

연구팀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직선 운동 향상을 위한 메커니즘 구현 ▶등속 운동을 위한 고속 제어 알고리즘 적용 ▶자석의 균일도 향상 ▶전기 잡음 원인 분석을 통한 잡음 개선 ▶전자기력과 중력 간의 정렬 방법 제안 등 모든 부분을 개선해 1.2×10⁻⁷ 수준의 최종 결과를 얻게 됐다.

현재 키블저울을 이용해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불확도는 약 1×10⁻⁸ 수준으로 캐나다, 미국만이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 결과의 불일치가 여전히 존재해,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향후 10여 년간 5번 정도의 추가적인 국제비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민 책임연구원은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연구이지만 최단기간 내 키블저울을 개발, 국제비교에 참가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면서 “향후 국제비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 키블저울을 이용해 측정된 1.2×10-7 불확도 달성 결과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종속국이 아닌 기술 주도국으로서 첨단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KRISS 플랑크상수질량팀이 달성한 결과를 토대로, 추가적인 연구를 수행하여 1×10⁻⁸ 수준의 불확도를 달성해 미국, 캐나다 국가측정표준기관의 측정값 불일치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도 세계적 수준의 질량 원기를 자체적으로 보유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를 이용해 질량을 측정하는 키블저울을 이용하여 1×10⁻⁸ 수준의 불확도를 확보하면, 질량측정의 장기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불변의 단위는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판을 마련하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이다.

키블저울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토대로 반도체, 제약 분야 등 첨단 산업에서 극미세량의 질량까지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어 산업적으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측정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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