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는 유기 고분자를 탄소섬유로 보강한 복합소재로, 뛰어난 기계적 강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유기 고분자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불꽃 또는 열에 취약하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할로겐 첨가제 또는 나노 필러 등을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할로겐 첨가제는 연소 시 독성 기체들이 발생하고, 나노 필러는 높은 함량을 사용하였을 때 기계적 강도를 감소시키는 단점들이 존재한다. 이에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난연성 에폭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정용채 센터장 연구팀이 식물로부터 유래한 탄닌산(Tannin Acid)을 이용하여 난연성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개발하고, 이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 (좌) KIST 연구팀이 개발한 식물 유래 비할로겐 난연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우) 개발된 복합소재의 난연성 평가결과

강철보다 1/4 정도로 가볍고 10배나 강한 탄소섬유를 이용한 복합재료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는 항공우주, 자동차, 선박, 스포츠용품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콘크리트가 철근과 시멘트로 이루어진 것과 비슷하게, CFRP는 탄소섬유와 에폭시 수지로 이루어져 있다. CFRP는 기계적 강도를 위해 탄소섬유와 수지 사이의 결합력이 강해야 할 뿐 아니라 건축자재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분야에 사용되기 때문에 화재와 관련한 안정성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몇 첨가제가 함께 합성되기도 한다.

열에 취약한 CFRP는 그동안 화재 안전성을 위해 할로겐 난연제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불에 태워 재활용하는 CFRP에 연소 시 독성물질이 발생하는 할로겐 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해 세계적으로 금지되었다. 이에 독성이 없고 안전한 소재를 통해 난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과제다.

KIST 정용채 센터장은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친환경 물질인 탄닌산을 이용하여 기계적 강도와 난연성을 증진시키고자 하였다. 탄닌산을 난연제로 사용하는 이유는 불에 탔을 때에 흑연이 형성될 뿐만 아니라 연소되는 물질에서 형성되는 라이칼을 비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탄닌산은 탄소섬유와 강하게 접착되는 성질이 있다. 뿐만 아니라 탄닌산은 불에 탈 때 숯으로 변하는데, 이 숯은 외부의 산소를 차단하는 벽(Char)이 되어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연구팀은 탄닌산으로 에폭시 수지를 제작하고 탄소섬유와 복합화하여 튼튼하고 불에 타지 않는 CFRP를 개발할 수 있었다.

▲ (좌) 물만 이용하여 친환경 재활용후 얻어진 탄소섬유, (가운데) 탄소양자점(카본닷), (우) 이를 다시 재활용한 복합소재의 사진

탄닌산으로 제작한 에폭시 수지는 열에 취약하던 기존과는 달리 난연성이 있어 별도의 첨가제가 필요하지 않아 불에 태워 CFRP를 재활용할 때 발생하던 독성물질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또, 불에 태우면 탄소섬유의 성능이 저하되어 완전한 재활용을 할 수 없었는데, 연구팀은 새로운 재활용 방법을 제시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와 압력을 갖는 ‘초임계’ 상태의 물에 CFRP를 녹이면 탄소섬유의 성능 저하 없이 99% 이상을 회수할 수 있었다.

또한, 에폭시 수지가 녹으면서 전자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카본 닷’이라는 물질이 생성됨을 확인하였는데, 에폭시 수지를 태워버리고 불완전한 탄소섬유만 재활용하던 고온 소각법과는 달리 복합소재의 구성 요소 모두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용채 센터장은 “기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의 취약한 난연성, 기계적 강도, 그리고 재활용 특성 향상과 응용범위가 확대된 복합소재를 제조하였고, 그 소재의 응용범위를 제시했다”면서 “향후 보다 향상된 물성 확보를 위해 구조를 검토하고 응용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아래 KIST 주요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및 복합소재 분야 국제저널인 ‘Composite Part B: Engineering’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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