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맛’ 인간 10배 수준으로 검출 가능

▲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 팀이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 사진은 전자 혀를 구강모형에 부착한 모습

[기계신문] 와인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떫은맛을 느낄 수 있다. 탄닌과 같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 단백질과 결합하면 만들어지는 물질이 점막을 자극하고, 인체는 이를 떫은맛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단맛이나 짠맛은 혀 돌기 속 미뢰(맛 감지세포 덩어리)가 그 맛을 감지한다. 따라서 떫은맛을 감지하려면 이미 개발된 단맛 등을 감지하는 전자 혀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전자 혀 개발이 필요하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 팀이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다. 인체의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이 전자 혀는 떫은맛을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각종 식품, 주류 개발 사업 및 과수 모니터링 분야 등에 폭넓은 응용이 가능하다.

혀는 가장 유연하고 외부 자극에 민감한 기관 중 하나다. 혀에는 미뢰와 같은 미각기(taste receptor)뿐만 아니라 이온채널(ion channel)과 기계적 수용기가 위치해 있다. 또한 혀는 수백 마이크로미터의 타액층으로 덮여있는데, 이 타액층은 맛 분자들을 녹여 맛 분자가 미각기와 이온채널에 효과적으로 결합하거나 통과하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미각기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모사한 전자·광학 소자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로보틱스(Robotics), 플렉시블(Flexible) 전자기기, 헬스케어 모니터링(Healthcare Monitoring), 센서(Sensor) 산업 등에서 핵심기술로 다양한 산업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떫은맛의 경우, 폴리페놀류(떫은맛 분자) 화합물을 섭취할 경우 폴리페놀-타액 단백질 응집체 형성으로 인한 간접적 ‘기계적수용기’ 자극으로 인하여 유발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 쓴맛과 다른 자극이다. 따라서 떫은 맛의 경우 효소 또는 특정 맛 수용체와의 표적 결합 방법 등으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또한 기존 인공 혀 센서의 경우 전기화학적 반응을 위해, 분석물질을 적절한 용매에 용해하여 분석해야 하므로 미량의 분석물질을 단독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소형화되고 유연한 인공 혀 센서의 개발을 통해 분석 물질을 전처리 하지 않고, 닦아내는 방식으로 간단히 농도를 측정하는 센서 개발이 필요하다.

▲ 고현협 교수 연구팀은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는 ‘이온전도성 수화젤’을 이용해 전자 혀 개발에 성공했다.

고현협 교수 연구팀은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는 ‘이온전도성 수화젤’을 이용해 전자 혀 개발에 성공했다. 혀 점막에서 일어나는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것이다.

이 고분자 젤은 혀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세한 구멍이 아주 많다.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미세 구멍 안에 ‘소수성 응집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염화리튬이온의 전도성을 변화시켜 떫은맛을 전기적 신호로 검출할 수 있다.

최아영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소수성 응집체 때문에 수화젤 구멍 벽면이 친수성에서 소수성으로 바뀌는데, 이때 미세구멍 벽과 내부에 흐르는 이온 간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이온 흐름이 향상되고 도선을 흐르는 전류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 인간 혀의 얇은 타액층이 떫은맛 분자 결합해 만들어지는 응집체가 기계적 수용기를 자극해 떫은맛을 느낀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인간 혀와 마찬가지로 떫은맛 분자와 단백질이 결합하면 수화젤 내부에 소수성 응고체가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 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전자 혀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의 떫은 맛 정도를 정량적으로 감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검출해낼 수 있는 떫은맛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센서에 접촉 즉시 떫은맛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염정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수십 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 맛을 검출할 수 있는데 반해,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2~3 마이크로몰 농도 수준의 떫은맛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현협 교수는 “저렴하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해 소형화된 전자 혀를 개발했다”면서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시편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고현협 교수 연구팀. 우측부터 고현협 교수, 최아영 연구원, 염정희 연구원

이번 연구에서 소개된 유연한 떫은맛 감지용 인공 혀는 간단한 중합방법으로 제조 가능하면서도 수화젤 다공구조의 계층적 변환에 의한 전해질의 흐름 향상에 의해 고민감도, 넓은 감지 범위, 높은 선택성 등의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이 인공 혀는 다양한 타액 단백질의 최적 혼합을 통해 더욱 향상된 고민감도 센서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맛의 정량적 지표로서 식품·약학, 웨어러블 디바이스,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과학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에 6월 6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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