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전자소자 제작 기술 돌파구 마련

▲ UNIST 자연과학부 김봉수 교수(왼쪽) 연구팀이 용액공정만 이용하는 ‘전용액공정(All-solution process)’ 방식을 통해 트랜지스터와 논리회로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기계신문] 휴대폰이나 TV 등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전자소자는 고가의 진공장비를 이용하는 공정으로 제작한다. 따라서 면적이 커지면 제조장비의 가격도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이에 글자나 도형 등을 인쇄하는 것과 유사한 ‘용액공정’을 이용해 전자소자를 제작하는 기술이 오랜 기간 연구돼 왔다. 하지만 용액공정 과정에서 전자소자가 손상될 우려가 있어 실제로 활용되진 않았다.

UNIST 자연과학부 김봉수 교수팀은 연세대 조정호 교수, 서강대 강문성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용액공정만 이용하는 ‘전용액공정(All-solution process)’ 방식을 통해 트랜지스터와 논리회로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용액공정에서 발생하던 재료 손상을 새로운 ‘가교제’ 개발로 막은 게 핵심이다.

▲ 새로 개발된 광가교제(4Bx, Four-branched 3D gelator)의 역할. 새로 개발된 광가교제(점선 안의 물질)가 유기반도체 고분자를 젤 형태로 만든다.

용액공정은 전자소자를 구성하는 재료를 용매에 분산한 뒤, 잉크젯 프린터로 찍어내듯 전자소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값비싼 진공 장비를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OLED 디스플레이나 유기 트랜지스터와 같은 유기 전자소자는 전극, 전하 수송층, 채널, 절연체 등 다양한 재료의 층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용액공정으로 전자소자를 제작하게 되면 상부 재료층을 적층할 때 필요한 용매나 열에 의해 하부 재료층이 손상될 수 있다.

또 공정 중에 쓰인 용매를 제거하려고 높은 열을 가했다가 재료가 변성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용액공정을 이용해 고성능 전자소자를 재현성 있게 구현하는 걸 가로막아왔다.

공동연구팀은 용액공정을 사용하면서도 소자를 이루는 다양한 재료를 보호할 수 있는 ‘가교제’를 개발해 기존 문제점을 해결했다. 가교제는 마치 ‘다리’처럼 전자소자의 재료를 이으면서 단단히 잡아준다. 그 덕분에 소자 재료들은 ‘똘똘 뭉쳐’ 적층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기계적 손상에도 버티게 된다.

▲ 용액공정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및 논리회로 제작 과정 모식도 및 사용 재료. 반도체(semiconductor), 유전체(gate dielectric), 금속전극 입자(Ag NPs) 등을 프린팅하듯 찍어낸다.

김봉수 교수는 “가교제는 일종의 부도체이기 때문에 많은 양이 첨가되면 전자소자의 성능이 저하되는데, 이번에 개발한 가교제는 분자 하나당 결합 가능한 입자가 네 개나 돼 소량만 첨가해도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다”며 “기존 가교제 대비 1/10의 양만 첨가해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전극, 절연체, 전하수송체 등과 같은 다양한 소자 구성 재료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팀은 개발된 가교제를 이용해 전용액공정으로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논리회로로도 제작해 성능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전자재료의 고유한 전기적 특성이 잘 유지됐고 논리회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김봉수 교수는 “새로 개발한 가교제가 전자재료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전용액공정을 가능케 했다”면서 “무엇보다 전용액공정으로 전자소자를 제작할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 가교제를 이용해 제작된 논리회로의 성능 검증. 용액공정을 거쳐 3종류의 논리회로(NOT, NAND, NOR)를 제작한 후 전압을 인가해 회로의 성능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가교제를 이용하면 용액공정으로 다양한 유기 및 무기 소재 기반 패턴 박막을 형성할 수 있어, 유기전자소자의 대표적 기술 중 하나인 대면적 OLED 소자 제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기, 무기, 하이브리드 전자 소재에 기반한 소자들도 전용액공정을 통해 제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성균관대, 한양대 연구진도 함께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3월 2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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