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창영 교수팀이 ‘소금결정’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를 상온·상압에서 손쉽게 관찰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기계신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금’을 이용해 일반적인 환경에서 나노 재료를 분석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창영 교수팀이 ‘소금결정’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를 상온·상압에서 손쉽게 관찰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 표면에 소금결정 ‘옷’을 입혀 탄소나노튜브의 위치와 모양 등을 관찰 할 수 있다. 또 탄소나노튜브 위에 만들어진 소금결정들이 나노물질을 관찰 하는 ‘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해 원통 모양으로 연결된 ‘탄소나노튜브’는 우수한 물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 받는 신소재다. 하지만 탄소나노튜브는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나노미터(㎚)의 지름을 가지고 있어 연구실에서 흔히 쓰는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이 어렵다.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몇 단점이 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전자빔을 이용한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은 고진공에서 운용되는 비싼 장비가 필요하고, 원자힘 현미경 기술 또한 관찰 가능한 면적, 측정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상온·상압에서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시각화하는 기술의 개발은 나노 재료의 물성연구와 나노 현상의 실시간 측정에 매우 중요하다.

▲ 이온이동을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대면적 소금결정 형성 기술. (a) 1차원으로 정렬된 탄소나노튜브 배열(array)에 금속전극을 올리고 소금물을 떨어뜨려 전기장을 가하는 방식으로 소금 결정 배열을 형성. (b) 탄소나노튜브를 따라 선택적으로 형성된 소금 결정 배열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

지금까지 개발된 ‘광학 시각화(optical visualization)’ 기술은 대부분 고체상태의 고분자와 금속 나노입자를 탄소나노튜브 표면에 부착시키는 것이다. 이때 시각화에 사용되는 고분자·금속 물질이 나노튜브 표면에 강하게 결합하므로, 이를 제거하려면 물리 또는 화학적인 에칭(etching)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시료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탄소나노튜브 표면에 수증기를 응축해 작은 물방울을 부착하는 방법은 나노튜브의 물성을 저해하지 않고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보통의 실험실 환경에서는 물방울이 수초 이내에 증발해 버린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는 시각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금을 이용해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했다. 1차원으로 정렬된 탄소나노튜브에 소금물을 떨어뜨린 후 전기장을 가하면, 소금 이온이 탄소나노튜브 외부 표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소금결정을 형성하게 된다.

이 소금결정 ‘옷’들은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광학현미경만으로도 넓은 면적에 분포된 탄소나노튜브를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소금결정은 물에 잘 녹아 탄소나노튜브를 손상하지 않는 데다 씻어내기 전에는 안정적이라 반영구적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시각화할 수 있다.

▲ 소금 렌즈에 의한 탄소나노튜브 라만 신호 증폭. (a) 탄소나노튜브 라만 G-mode 신호 세기의 맵핑(mapping) 결과. 소금 렌즈에 의해 탄소나노튜브 라만 신호(광학신호)가 증폭됨을 알 수 있다. (b-c) 소금 렌즈를 통해 증폭된 탄소나노튜브의 라만 스펙트럼. 최대 230배 이상 신호 증폭이 가능

또한,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 위에 형성된 소금결정이 탄소나노튜브의 광학 신호를 수백 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보통 물질은 빛을 받으면 내부 분자가 빛에너지와 상호작용해 새로운 신호, 즉 광학 신호를 방출한다.

이 신호를 증폭해 분석하면 물질 특성을 알 수 있는데, 소금결정이 광학 신호를 증폭시키는 ‘렌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소금 렌즈’를 이용해 탄소나노튜브의 전기적 특성이나 지름까지 손쉽게 알아냈다.

김윤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는 “광학 신호를 증폭하는 정도는 소금 종류에 따른 굴절률 변화와 소금결정의 모양과 크기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소금 렌즈’로 극미량의 포도당(glucose)과 요소(urea) 같은 분자를 탄소나노튜브 외부표면을 통해 이동시킨 뒤 탐지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탄소나노튜브 외부 표면에 형성된 소금 렌즈가 백경 분의 1몰(M)이 포함된 분자도 찾아낼 정도로 광학 신호를 증폭한 것이다.

▲ 탄소나노튜브 외부를 통한 다양한 분자 이동과 소금 렌즈에 의한 분자 검출. (a) 소금물에 다양한 분자(Glucose, Urea)를 녹인 후, 탄소나노튜브를 통해서 극미량의 분자들을 이동 시켜 소금 렌즈 내부에 가둔 후 검출. (b) 소금 렌즈 안에 갇힌 분자들의 라만 스펙트럼. 소금 렌즈안의 극미량 분자의 라만신호와 소금렌즈로 이동하기 전 벌크 상태 있는 분자의 라만신호가 일치함을 확인

이창영 교수는 “일반적인 온도와 압력에서 나노 재료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물성을 측정 가능하다는 게 이번 기술의 핵심”이라며 “나노 재료와 나노 현상 연구에 널리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기존의 탄소나노튜브 시각화 기술과 광학 신호 증폭 기술들은 나노 재료가 실제로 사용되는 환경에서 적용이 어렵거나, 나노 재료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명확한 한계점이 존재했다. 이번 연구의 소금 렌즈를 이용한 기술은 이러한 한계들을 모조리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나노 광학(nanophotonics) 재료로 활용이 예상된다.

또한 소금 렌즈 형성에 사용되는 1차원 나노 통로에서의 이온 이동 현상은 전하를 가진 다양한 분자의 분리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개념 에너지 생성·저장 소자 및 초고민감도 질병진단 기술과 같은 신기술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좌측부터) 민혜기 연구원, 김윤태 연구원, 이창영 교수

한편, 한국연구재단(NRF)의 기초연구사업(신진·중견연구),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MOTIE)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는 가천대 신소재공학과 한재희 교수도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표지논문으로 2월 12일자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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