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빛과 비선형 물질이 만나면 일반적으로 관측되지 않는 신기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특히 비선형 물질에 입사한 빛은 다양한 색깔의 빛으로 변환될 수 있는데, 이러한 빛의 비선형 특성을 이용한 비선형 광소자는 광통신, 광센서, 광스위치 등에 응용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물질 고유의 비선형성이 작기 때문에 비선형 특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한 세기의 빛이 필요할 뿐 아니라 위상정합(phase matching)이라 불리는 특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조건에서 조차 비선형 광소자의 동작효율은 매우 낮아 폭넓게 응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나노구조체를 이용하면 위상정합이 자동적으로 만족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나노구조체를 이용하더라도 매우 강한 빛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선형 효과를 관측할 수 없어, 나노구조체를 이용한 비선형 광소자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선형 신호의 변환 효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팀과 호주국립대 키브샤(Kivshar) 교수팀이 공동으로 나노실린더 구조에 빛을 가둬 빛의 색깔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광소자를 개발했다.

▲ 2차 조화파의 발생 기전. 방위각으로 편광된 1,570nm 파장의 빛(w로 표시, 붉은색)이 가운데 지름 1 마이크로 미터 가량의 나노실린더(금색으로 표시된 원통 부분) 구조에 입사되어 785nm 파장의 2차 조화파(2w로 표시, 파란색)로 변화되는 과정

빛을 제어하는 방법으로는 광섬유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전반사나 광결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파장 빛의 반사, 두 가지가 전부였다. 21세기 들어서야 아주 작은 나노구조에 빛을 집속시켜 빛을 제어하고 빛의 파장을 바꾸는 제3의 방법이 이론적으로 제안되었지만, 이를 입증하는 실험적 결과는 없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보다 백 배 가느다란 나노실린더에 적외선 영역의 빛을 가두자 적외선이 아닌,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출력되는 현상을 직접 관측했다. 붉은 빛이 극한의 좁은 공간에 갇히면 청색의 빛으로 빠져나오는 빛의 비선형성을 강화시킨 결과이다. 입사한 빛을 다양한 다른 색깔(파장)의 빛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실제 확인한 것이다.

나노실린더 구조와 크기를 최적화하고 입사되는 빛을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파장변환이 극명하게 나타나도록 함으로써 실험적인 관찰이 가능했다.

약한 빛이 입사하더라도 나노실린더를 이루는 화합물 반도체(AlGaAs)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빛의 파장변환 효율이 크게 높아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광소자를 이용한 결과 기존 나노구조체 대비 빛의 파장변환 효율을 100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 입사된 파장과 나노실린더 구조의 지름에 따라 측정된 2차 조화파의 세기를 나타내는 그래프

박홍규 교수는 “작은 공간에 빛을 가둔다는 측면에서 광소자와 레이저의 동작 원리가 같은 만큼 향후 나노실린더 구조를 활용한 나노레이저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빛 알갱이 하나의 색깔까지 바꿔서 양자 암호 통신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그 중요성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전체로 이루어진 단일 나노실린더 구조에서 빛을 매우 작은 영역에 집속시키는 BIC 현상을 최초로 그리고 실험적으로 관측했다는 점에 있어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이 현상을 이용한 비선형 나노광소자 역시 최초로 구현하였는데, 비선형 변환 효율을 기존의 나노구조체보다 100배 이상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비선형 나노광소자를 이용하면 빛과 비선형 물질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 때문에 매우 높은 효율로 원하는 색깔의 빛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소자뿐 아니라, 미래의 양자광학 및 센서에도 응용성이 매우 크다. 특히 광학 이득물질과 BIC 현상을 결합하면 매우 작은 새로운 나노레이저의 개발 또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지원사업(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월 17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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