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주상훈, 곽상규 교수 연구팀이 염소 생산에 주로 쓰는 전기화학적 방법에 사용 가능한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왼쪽부터 곽상규 교수, 정관영 박사, 주상훈 교수, 임태정 연구원

[기계신문] ‘염소(Cl₂)’는 제약산업과 유무기화합물 및 고분자 관련 산업에 폭넓게 쓰이는 세계 10대 화합물 중 하나다. 또 염소는 강력한 산화제로서, 오수 처리 및 제지 산업에 쓰이는 핵심 화합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7,500만 톤 이상의 염소가 ‘전기화학적 클로르-알칼리 공정(Electrochemical Chlor-Alkali Process)’으로 생산되며, 공정의 핵심 반응은 전기화학적 염소 발생 반응이다.

이 반응은 염소를 꾸준히 공급해 미생물이 생기지 않도록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를 관리하거나 수영장 같은 중소규모 수처리 장치에도 응용된다. 따라서 염소 발생 반응에 쓰이는 촉매의 성능 증대는 염소산업 전반의 핵심 목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올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주상훈, 곽상규 교수 연구팀이 염소 생산에 주로 쓰는 전기화학적 방법에 사용 가능한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백금(Pt) 원자 하나가 탄소나노튜브(CNT)에 고르게 분산된 구조를 가진 이 촉매는 기존 상용 촉매(DSA)보다 귀금속 함량이 150배 적으면서도 염소 발생 효율은 높고 반응 조건은 덜 까다롭다.

▲ 이번 연구의 대표 촉매(Pt₁/CNT)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사진(왼쪽)과 탄소 나노튜브 위에 단원자 분산된 Pt-N₄ 활성점의 모식도(오른쪽). TEM 사진의 하얀 점(지름: 약 2Å)은 백금 원자의 반지름(1.77Å)과 유사하다.

현재 쓰이는 염소 발생용 전기화학촉매는 루테늄(Ru)과 이리듐(Ir) 같은 귀금속을 다량 포함한 산화물이라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동시에 염소 이온 농도가 낮은 조건이나 중성 pH 환경에서는 염소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산소까지 발생시켜 염소 생산효율이 낮다.

연구팀은 그 원인이 ‘금속산화물 기반 촉매’의 본질적 특성에 있다는 데 착안해 금속산화물이 아닌 다른 형태의 촉매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Pt₁/CNT)는 탄소나노튜브(CNT) 위에 질소(N) 원자 4개로 둘러싸인 백금(Pt) 원자가 분산된 형태의 ‘단원자 분산 촉매’다.

이 촉매는 금속 원자(Pt)가 표면에 완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그 함량이 적어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으며, 다양한 전해질 조건에서 상용 촉매(DSA)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또, 바닷물처럼 염소 이온을 많이 포함하거나 반대로 염소 이온 농도가 낮아도 높은 효율을 보였다. 향후 다양한 환경의 전기화학적 수처리 장비에 응용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임태정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새로운 촉매의 활성점에는 선택적으로 염소 이온만 흡착되고, 다른 부가적 반응이 억제되는 걸 확인했다”며 “기존 금속 산화물 촉매가 지니는 근본적 단점을 극복할 촉매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번 연구의 대표 촉매(Pt₁/CNT)와 비교군 촉매(상용 촉매: DSA, 백금 나노입자: PtNP/CNT, 탄소 나노튜브: CNT)의 염소 발생 반응 성능 측정 그래프(왼쪽). 낮은 전압으로 높은 전류 밀도를 얻어낼수록 고활성의 촉매라는 점이 확인된다. 대표 촉매(Pt₁/CNT)와 상용 촉매의 염소 발생 반응의 선택성 그래프(오른쪽)

곽상규 교수와 정관영 박사는 새로운 촉매의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이론 계산에 적용해 활성점의 구조와 전기화학적 반응 원리를 규명했다. 이에 따르면, 촉매 성능이 좋아진 이유는 활성점과 탄소 나노튜브 지지체 간에 구조적 일체성이 증가해 전자의 전달이 원활해졌기 때문이었다.

곽상규 교수는 “분자 모델링과 계산을 통해 촉매 활성점의 중심 구조를 밝혔다”며 “이 계산 원리는 향후 다양한 단원자 촉매의 반응성과 반응 원리를 해석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상훈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단원자 촉매는 50년 전 상용화된 귀금속 산화물계 촉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촉매 설계 개념”이라며 “특히 이번 촉매는 전해질 조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중소규모 수처리 장치와 선박평형수 처리 등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최적화된 촉매를 이용해 다양한 전해질 조성과 온도 조건에서 우수한 염소 발생 반응 성능을 입증했다. 따라서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인 Pt₁/CNT를 전기화학적 클로르-알칼리 공정 및 중소규모 수처리 산업에 응용할 가능성이 크게 기대된다.

또 염소 발생 반응에 대해 기존 금속 산화물 기반 촉매가 가지는 근본적 단점을 극복할 새로운 단원자 촉매를 최초로 보고해, 염소 발생 반응 촉매의 개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및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 1월 21일(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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