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송영민 교수 연구팀이 무수히 많은 나노기둥을 비스듬히 증착시키는 방법으로 편광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초박막 편광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왼쪽부터 김영재 연구원(박사과정), 송영민 교수, 고주환 연구원(석사과정), 유영진 연구원(박사과정)

[기계신문] 감각적이고 간결한 와인라벨. 와이너리의 역사 등을 라벨에 담고 싶지만 그 자체가 디자인인 와인병의 특성상 쉽지 않다. QR코드에 정보를 담을 수 있지만 이 패턴조차 보이지 않길 원한다면?

전기 없이 색과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는 편광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이미지를 제한된 공간에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광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편광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구조를 조밀하게 배열, 편광의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색과 패턴을 나타나게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제한된 재료로 인해 플렉서블(flexible)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기 어렵다.

제품에 편광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기록한 뒤 편광된 빛을 쬐어 정보를 감추거나 드러나게 하면 보안성을 높일 수 있고 색의 조합에 따라 제품의 심미성을 유지할 수 있어 광학적 정보보안(optical security) 기술로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육안만으로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정보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생산공정을 기반으로 최소 센티미터(cm) 크기 이상의 유연한 대면적 디스플레이 제작이 필요하다.

최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송영민 교수 연구팀이 무수히 많은 나노기둥을 비스듬히 증착시키는 방법으로 편광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초박막 편광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 병에 붙은 종이라벨에 편광 컬러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평소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이나 편광판을 가져다 대면 패턴이 드러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편광 컬러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유리잔에 음료를 따르면 수분에 반응해 숨어 있던 패턴이 드러나 사용자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편광 디스플레이는 정교한 나노기둥 정렬의 어려움으로 수 마이크로미터 면적으로 만드는 데 그쳤고, 소재가 딱딱하여 다양한 표면에 부착하기에 불리했다. 때문에 보다 넓은 면적에 유연한 재료로 편광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것이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관건이었다.

연구팀은 간단한 빗각증착법으로 자기정렬형 나노기둥을 유연한 기판 위에 센티미터 수준의 면적으로 넓게 증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빗각증착법(Glancing angle deposition method)은 기판의 표면에 어떤 물질을 증착할 때 비스듬히 증착 물질을 입사하여 증착하는 방법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통해 다공성 박막을 증착했다.

자기정렬형 나노기둥(self-aligned nanocolumns)은 포토리소그래피와 같은 복잡한 나노 공정 없이 간단한 물리적 증착방법을 통해 제작할 수 있는 정렬된 나노기둥을 말한다.

▲ 육안으로는 정보(예시. QR코드)가 보이지 않지만 필요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편광(특정한 방향의 빛)을 쬐어주면 숨어있는 정보가 보이도록 설계한 편광 컬러 디스플레이. 또한 정보는 감춘 채 제품 색상과 유사한 색으로 만들 수 있어 제품의 심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또 연구팀은 다양한 제품의 색상과 비슷한 색을 구현하기 위해 표준 RGB 색 공간의 80%가량 이상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다양한 용도에 따라 패턴을 감추고 드러낼 수 있는 감도를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색 변화량 범위를 설계하였다.

색 변화량(color difference)은 서로 다른 두 색에 대해서 색 차이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계산한 값으로, 이 값이 클수록 색 인간이 인지하는 색 차이가 크다.

편광에 의한 색 변화량의 범위를 작거나 크게 조절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히든 디스플레이에 숨겨진 정보를 편광의 방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입력 및 관찰할 수 있게 하는 등 정보 기재의 자유도와 정보 보안성을 확보했다.

편광에 의한 감지와 더불어 해당 다공성 초박막과 외부환경의 광학 작용을 설계하여, 물의 접촉과 같은 미세한 외부환경 변화에도 디스플레이의 색이 민감하게 반응하여 패턴을 드러나게 하는 물 접촉 감지특성을 보였다. 이를 활용하여 보관 환경 및 외부로부터 오염을 시각적으로 감지하고 관찰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 편광판(회색)을 회전시켜 빛의 방향을 조절하면 빛의 방향에 따라 QR코드의 패턴이 감춰졌다 드러났다 할 수 있는데 편광 이외 수분을 감지하여 패턴이 드러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수분이 닿은 부분의 색이 변하면서 숨겨져 있던 패턴이 드러난다.

송영민 교수는 “전자기기나 사물인터넷(IoT)뿐만 아니라 일상제품에서도 정보의 기록과 공유가 이뤄지는 만큼 정보보안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히든 편광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색이나 형태를 갖는 일상제품의 심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기입된 정보를 보호할 수 있어 광학보안시스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1월 8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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