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성능 높이는 ‘PBI’ 고분자막 초박막화 성공

[기계신문] 화재로부터 안전한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의 핵심 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디억 헨켄스마이어(Dirk Henkensmeier) 박사 연구팀이 기존의 상용 불소계 전해질막보다 우수한 성능의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

▲ 100㎛ 두께 PVDF에 스프레이 코팅된 4㎛ 두께 PBI 막. 양이온은 PBI를 통과하지만, 바나듐 이온은 통과하지 못한다.

현재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출력 용량이 높지만 화재가 잇따르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ESS 화재 누적건수는 28회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전지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는 물 기반의 바나듐 전해액이 산화-환원 반응에서 일으키는 전위차로 에너지를 충·방전하는 배터리이다. 대용량화가 가능하고 배터리 수명이 평균 20년 이상으로 긴 데다, 특히 화재 위험이 없어 국내와 해외 모두 관련 기술 개발과 장치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VRFB 시스템은 화학 반응에 필요한 이온을 통과·전달하는 이온 분리막이 필요하다. 현재 상업화된 불소계 분리막은 화학적 분해에는 안정적이지만 특정 이온을 선택해 전달하는 성능이 낮아 방전 속도가 빨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는 분리막을 두껍게 만드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온전달 저항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전압효율이 낮아진다.

▲ 3-셀 스택 실험에서 측정한 전하 효율 및 에너지 효율(60mA/㎠ 전류 밀도를 가지고 PVDF에 지지된 4㎛ 두께 PBI 막을 사용한 장치와 나피온 117을 사용한 장치의 비교)

KIST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폴리벤지이미다졸(PBI) 고분자막을 사용하면 분리막 두께와 이온전도도 사이의 상충 관계를 감소시켜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반의 비용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PBI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낮은 이온전도도를 극복할 얇은 고분자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후속 연구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유효면적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공성 담지체 위에 4㎛(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PBI 스프레이 코팅막을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PBI 고분자막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권용재 교수팀과 독일 항공우주센터(German Aerospace Center)를 통해 진행된 물성 평가를 통해 200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테스트에서 기존 불소계 상용막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 전도도와 면저항 측정 데이터(14㎛ 두께의 PBI, PVDF에 지지된 4㎛ 두께의 PBI, 그리고 나피온 212막의 비교)

KIST 디억 헨켄스마이어 박사는 “자체 방전 테스트에서도 기존 상용 분리막이 적용된 장치가 10.7시간 후 방전된 반면, PBI 막을 적용한 장치는 방전까지 16.4시간이 걸렸다”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과 달리 국가 간 전력거래가 어려운 한국이 고효율의 재생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기획원의 한국-독일 합동 중소기업 연구 프로그램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Journal of Membrane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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