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고수명 리튬-공기전지에 적용 가능

[기계신문] 리튬-공기 전지(Lithium Air Battery)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3~5배 높은 차세대 배터리다. 가벼운 공기(산소)를 양극활물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무거운 전이금속 산화물을 이용한 리튬이온전지보다 수배 높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방전시에 활성산소인 초과산화 이온(O₂⁻)이 공기 전극 혹은 전해액과 반응하여 부산물을 형성하여 배터리 성능의 저하를 일으키는 문제점이 있다. 활성산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활성산소 제거제(Radical Scavenger)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Polydopamine과 같은 활성산소 제거제를 사용할 경우 방전 용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인체의 항산화 원리를 이용하여 초과산화 이온의 안정화를 통한 부산물 반응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 용량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도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송현곤, 곽상규 교수 공동연구팀은 생체반응을 모방한 촉매를 개발해 리튬-공기전지의 성능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 리튬공기전지 시스템에서 예상되는 SODm(MA-C₆₀)의 불균등화 반응 메커니즘. SODm(MA-C₆₀)이와 활성산소(O₂⁻)와 결합하여 활성산소를 안정화 시키고(stabilization), 용액 내에서 불균등화반응(Disproportionation)을 유도하여 리튬과산화물 (Li₂O₂)과 산소(O₂)를 생성한다.

연구팀은 우리 몸에도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항산화 효소(SOD)가 존재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체 내에서 항산화 효소는 반응성 높은 활성산소를 ‘과산화 이온(O₂²⁻)’과 ‘산소(O₂)’로 바꾼다(불균등화 반응). 그 덕분에 세포들이 활성산소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진다.

연구팀은 항산화 효소의 원리를 모방한 촉매(SODm)인 MA-C₆₀을 만들고, 리튬-공기전지의 양극(공기극) 쪽에 적용했다. 이 촉매는 활성산소인 초과산화 이온(O₂⁻)을 과산화 이온(O₂²⁻)과 산소(O₂)로 바꿨다.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추가적인 반응을 방지한 것이다.

또 활성산소가 분해돼 나온 물질들은 도넛 형태의 리튬과산화물(Li₂O₂) 형성을 촉진해 전지의 효율을 높였다. 양극 표면에 얇은 막 형태로 만들어지는 리튬과산화물은 산소(O)와 전자(electron)의 전달을 방해하지만, 리튬과산화물이 도넛 형태로 만들어지면 이런 부작용이 덜해진다.

황치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조교수는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활성산소 제거 메커니즘을 배터리에 적용한 새로운 시도”라며 “활성산소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리튬과산화물로 전환해 용량이 크고 안정성이 높으며 수명도 늘어난 리튬-공기전지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상규 교수 연구팀은 계산화학을 통해 항산화 효소 모방 촉매(SODm)가 우수한 성능을 보인 원인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 촉매가 활성산소를 잘 흡착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면서 전극 표면에서 일어나는 부반응 가능성 줄이고, 불균등화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 계산화학을 통한 SODm 첨가 여부에 따른 예상 반응 경로. SODm(MA-C₆₀)을 첨가한 경우(붉은색 그래프) 대조군(검은색 그래프)보다 리튬과산화물과 산소를 발생시키는 반응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낮다.

그 결과, 리튬과산화물을 형성하는 용액상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 이 원리는 향후 다양한 항산화 효소 모방 촉매(SODm)를 설계해 고성능 리튬-공기전지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리튬-공기전지는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2차 전지에 비해 그 이론적 용량이 10배 가까이 높다. 따라서 대용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 우주선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양극 활물질인 산소가 공기 중에 유입되기 때문에 가볍고 친환경적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다만 방전과정에서 전지 내부에 불안정한 활성산소가 중간 반응 물질로 만들어 문제점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체의 항산화 과정을 모방한 촉매를 활용하여 활성산소를 안정적으로 제거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지의 용량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송현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튬-공기전지뿐 아니라 활성산소에 의해 부반응을 일으키는 다양한 고용량 전지의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 미래육성기술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항산화 효소 모방 촉매의 매커니즘 분석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활용됐다.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7월 18일자로 공개됐다.

▲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송현곤, 곽상규 교수 공동연구팀은 생체반응을 모방한 촉매를 개발해 리튬-공기전지의 성능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 사진_좌측부터 주세훈 UNIST 연구원, 정관영 UNIST 연구원, 황치현 UNIST 연구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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