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김태성 교수팀, 대면적 나노 패터닝 기법 개발

[기계신문] 전자소자에 나노미터(㎚) 수준의 무늬를 새기는 ‘나노 패터닝(nano patterning)’ 기법으로 ‘전자빔 리소그래피(E-beam lithography)’가 전통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전자빔 리소그래피에는 다수의 공정이 필요하고, 고가의 장비가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해상도를 높이면 정보 처리량이 떨어지고, 반대로 정보 처리량을 늘리면 해상도가 낮아지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현상도 심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액체를 이용한 다양한 패터닝 기술이 연구 중이다. 하지만 액체 제어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패터닝 기술에서 중요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김태성 교수팀은 ‘액체 거품의 구조를 제어하는 기법’을 개발해 나노 패턴을 대면적으로 새기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전자빔 또는 포토 리소그래피 기술로는 제작하기 어려운 웨어러블 장치 개발에 유용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자연계의 액체 거품을 이용한 나노 패터닝을 제안했다. 액체 거품은 맥주나 세제처럼 액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거품인데, 나노미터 수준의 박막 구조를 가진다. 연구팀은 이 사실에서 영감을 얻어 거품 구조를 비전통적 나노 패터닝 기법 개발에 응용하기로 했다.

▲ 액체 거품을 이용한 나노 패터닝 기술 : (왼쪽) 거품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관찰하면 얇은 막을 가진 연결구조라는 걸 알 수 있다. (오른쪽) 연구팀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서 잘 정렬된 액체 거품을 만들고 조절하면서 나노와이어 패턴을 제작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연계의 액체 거품은 닫힌계(closed cellular system)이기 때문에 오스트발트 라이프닝(Ostwald ripening) 현상을 동반한다. 오스트발트 라이프 현상은 작은 거품이 큰 거품에 잡아먹히는 양상인데, 액체의 유동성과 함께 나타나 복잡하고 역동적인 위상학적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 액체 거품을 제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거품 물리계에는 없는 ‘개방계(open cellular system) 액체 거품’을 구현하는 미세유체(microfluidics)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거품 생성과 제어 과정에서 오스트발트 라이프닝을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기판에 2차원의 규칙적인 네트워크를 이루는 다양한 액체 패턴을 만들 수 있다.

▲ 자연계 거품(폐쇄계)과 해당 연구의 새로운 거품(개방계)이 갖는 물리계 비교

개방계 액체 거품을 물질의 나노 패터닝 기술에 응용하기 위해, 패터닝할 물질을 포함한 잉크를 기판에 2차원 액체 패턴 형태로 형성시켰다. 그 후 잉크를 말리는 과정에서 거품의 나노 필름 구조를 물질 성형(casting)의 틀로 이용했다. 액체 형상 내에 패턴을 새길 목표 물질을 넣으면 자연스럽게 패턴이 새겨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 (a-b) 미세유체 장치 개념도 및 (c) 실제 액체패터닝 생성과정을 보여주는 윗면 사진

그 결과 단일 공정만으로 나노 입자와 유기물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에 수백 나노미터 수준의 해상도로 규칙적인 나노선(nanowire) 네트워크를 증착할 수 있었다. 이때 기판은 유연하고 대면적으로 제작 가능했다. 이 방식은 쉽고 저렴하며 제작시간도 몇 분이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다. 공정을 반복하면 이종 물질 패턴의 집적화도 가능하고, 공중부유형 선(suspended wire) 제작도 가능했다.

▲ 실제 미세유체 장치 모습 및 확대 사진

배주열 UN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개방계 거품을 구현하고 그 원리를 분석한 최초의 시도”라고 강조하며 “이 거품으로 만든 나노 필름 구조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물질을 주조하는 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교수는 “전통적 리소그래피(lithography) 기법과 달리 유연한 기판 위에서도 대면적으로 미세한 패턴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기술”이라며 “쉽고 저렴하게 몇 분 만에 나노입자나 유기물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의 나노 패턴을 만들 수 있어 미래형 기기 제작에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a) 다양하고 규칙적인 액체 거품 패턴을 형성하는 모습. (b) 이종 물질 패턴의 직접화. 이 공정은 먼저 만들어진 나노 패턴 위에 다른 물질을 이용한 패턴을 추가로 새겨넣을 수 있다. (c) 공중 부유형 와이어 제작. 액체 거품 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공중에 뜬 무늬를 만들어 넣을 수도 있다.

이번에 개발한 패터닝 기술은 전통적 리소그래피 기술로는 쉽게 만들 수 없었던 미래형 웨어러블 장치나 센서 개발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학문적으로는 거품을 제어하는 기법을 통해 새로운 액체 거품 내 물리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중견연구, 기초연구실, 글로벌박사펠로우십)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7월 19일(금)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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