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김승민 박사,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정현수 박사,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박종래 교수 공동 연구팀이 기존 탄소나노튜브섬유 제조 방법들의 장점만을 융합하여, 매우 가벼우면서 높은 강도와 전기전도도를 갖는 탄소나노튜브섬유를 빠르게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기존의 소재들이 갖고 있지 못한 우월한 물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며 탄소섬유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소재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길이가 밀리미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매우 짧아 실제 소재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볏짚을 꼬듯이 꼬아 섬유화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섬유를 제조하는 방법은 직접방사법과 습식방사법으로 분류가 된다. 직접방사법(direct spinning)은 탄소나노튜브 합성부터 섬유화까지 한 번에 이루어지는 방식이며, 습식방사법(wet spinning)은 탄소나노튜브를 용매에 분산해 섬유화 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이 두 가지 방식 중 하나에 매진하여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제작된 소재가 기존 소재보다 뛰어나지 못하거나 제조 공정이 복잡하여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 새로운 방법으로 제조된 탄소나노튜브섬유

연구팀은 직접방사법에 습식방사의 노하우를 결합하여 각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탄소나노튜브섬유를 제조하였다.

직접방사법으로 생산된 섬유의 낮은 밀집도와 정렬도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후처리 공정 연구들은 고분자로 내부를 충진하거나 용매 증발에 의한 모세관 효과를 이용하여 단점을 극복하였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섬유의 정렬도와 밀집도를 동시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직접방사법의 빠른 공정의 장점을 상쇄시켰다.

연구팀은 습식방사에 쓰이는 용매와 응고방식을 직접방사 탄소나노튜브섬유의 후처리 공정에 접목시켰다. 액정방사에 쓰이는 강산(chlorosulfonic acid)을 이용하여 직접방사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용해도를 증가시켜 탄소나노튜브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동시에 장력을 섬유의 축 방향으로 인가하여 정렬도를 증가시키면서 섬유를 재정렬하였다.

▲ (a, d) 비강도 값 비교를 보여주는 인장강도 그래프 (b, e) 섬유 내 탄소나노튜브 정렬도 비교를 보여주는 편광라만 데이터 (c, f) 밀집도 비교를 보여주는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그 후 아세톤 응고액에 바로 투입하여 습식방사 고밀도화 방식인 상분리(phase separation)에 기반하여 재정렬된 직접방사 섬유를 고밀도화시켰다. 제조된 섬유의 정렬도 및 밀집도는 처리 전 섬유에 비해 약 240%, 160% 각각 매우 크게 동시 향상되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비강도(4.4 N/tex) 값과 금속에 버금가는 비전기전도도(2270 Sm2/kg) 값을 보여주었으며, 일반 섬유와 같은 유연성을 갖고 있어, 향후 우주·항공 분야는 물론 웨어러블 전자소자, 센서, 복합소재 등 여러 응용 분야에 핵심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개발된 제조 방법은 탄소나노튜브의 합성에서부터 섬유화 및 고강도화를 위한 집적화 공정까지 수 분 내에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향후 탄소나노튜브섬유를 상용화하는 데 있어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KIST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김승민 박사는 “기존 산업에 사용되는 소재의 물성을 능가할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섬유를 매우 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확보된 탄소나노튜브섬유 제조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 (a) 개발된 탄소나노튜브섬유와 다른 종류의 탄소소재 기반 섬유 및 금속들과 비강도 및 비전기전도도 비교 그림 (b) 개발된 방식으로 산업적용을 위해 고안한 직접방사법 연속 후처리 공정 모식도

탄소나노튜브섬유는 다른 슈퍼 섬유들에 비해 무게대비 뛰어난 기계적 강도와 전기전도도를 나타내고 있어 초경량, 초고전도성 도선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자원이 한정된 무거운 기존 금속도선을 대체할 수 있는 매우 파괴적인 기술로 미국과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우주, 자동차, 선박과 같은 운송분야에서 획기적인 연비절감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일반 섬유처럼 매우 유연하여 고유연성을 이용한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웨어러블 에너지소재 등 많은 분야에서 고기능성능 섬유로 응용이 가능하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오픈리서치프로그램을 통해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또한, 관련 기술은 한국, 미국에 특허 등록되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