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사물인터넷 응용 기대

[기계신문] 겨울철에 자동차 손잡이에 손이 닿았을 때, 털이 복슬복슬한 스웨터를 입다가 따끔한 정전기 때문에 불쾌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반도체 제조라인에서는 정전기가 웨이퍼의 패턴을 파괴하는 등 칩의 불량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전기 방호를 엄격히 한다.

이처럼 정전기는 우리 생활 주변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에서도 언제나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골칫덩이인 정전기처럼,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들을 수확하여 이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첨단 반도체 및 전기전자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십 나노와트(nW)의 작은 전력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한 여러 전자기기가 개발되어, 배터리나 전선 연결 없이 주변에서 수확한 전기에너지만으로 구동하는 전자소자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간단하고 쉬운 공정을 이용해, 고내구성·고출력 정전기 발전장치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단 송현철 박사, 강종윤 단장 연구팀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일종으로 생활 속 불편한 존재였던 정전기를 이용하여 실제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스펀지 형태의 고내구성·고출력 나노발전기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KIST 연구팀은 증기캡슐공정(Vapor Capsulation Casting)을 이용하여 물과 실리콘(PDMS, Polydimethylsiloxane)만으로 미세 기공을 가지는 실리콘 스펀지를 짧은 시간 내에 간단히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증기캡슐공정은 증기의 열운동 에너지를 이용하여 PDMS와 같은 매질에 수증기를 침투시켜 다공성 구조체를 제작하는 공정기술이다.

▲ (아래 좌측) 증기캡슐공정 원리 (아래 우측) 이를 이용해 제작된 실리콘 스폰지의 현미경 사진

형성된 미세 기공이 전체 표면적과 정전용량을 향상시켜 정전기 발생량을 크게 증가시켰으며, 이를 이용해 고내구성·고출력을 지니는 정전기 나노발전기를 제작했다.

기존의 나노발전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KIST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을 이용하면 제작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나노발전기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연구팀은 증기캡슐공정의 변수들을 면밀히 조사하여, 다공성 구조의 제어 방법을 확립하였는데, 이러한 다공성 실리콘 소재는 여러 연구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 및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공성 구조란 체적의 15~95% 정도가 기공으로 이루어진 구조로 기존의 치밀한 구조가 가지지 못하는 새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 구조를 말한다.

연구팀은 개발한 정전기 나노발전기를 이용하여 실제 실내온도나 위치 등을 파악하는 블루투스 무선 센서 등을 구동하는데 성공했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을 비롯하여, 무선 센서 네트워크나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자율전원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KIST 송현철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로 쉽고 간단한 공정을 이용하여 다공성 구조를 제작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으며, 기존의 에너지 하베스팅 발전장치보다 가격·성능·내구성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강종윤 전자재료연구단장은 “현재 여러 가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들을 개발 중에 있다.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다양한 환경에서 센서 네트워크의 자가발전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지원 아래 경희대학교 최덕현 교수와 공동 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Nano Energy’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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