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HIV 바이러스는 표면의 당단백질인 외피(外皮) 단백질 삼량체(Envelope protein trimer, Env)를 이용하여 인간 면역세포 표면의 CD4 단백질과 결합하여 침투/감염시킨다. 따라서 HIV 외피 단백질이 인간 면역세포 표면의 CD4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항체 등을 이용한 에이즈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백신의 개념으로 HIV 외피 단백질 일부를 사람에게 미리 투입하면 인체내에서 스스로 HIV 외피 단백질을 타겟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HIV 대부분의 단백질들이 그렇듯이 변이가 매우 많이 발생하여 특정 항체,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생기는 변이 바이러스를 모두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단일 치료법 등의 개발에 어려움이 있어 왔다.

최근 후천성면역결핍증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한병우 교수 연구팀이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단백질의 대표적 구조를 설계해, 치료용 항체 유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병우 교수 연구팀은 2017년까지 알려진 모든 HIV-1 외피 단백질의 모든 아형(亞型, subtype) 댠백질 서열을 분석하여, 전체 아형을 가장 잘 대표하는 단백질의 서열을 추출하여 설계된 외피 단백질 '콘엠(ConM)'에 대한 구조 규명과 면역 원성을 확인하였다.

▲ ConM은 변이체가 광범위하고 다양한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외피 단백질의 전체 아형(subtype)을 가장 잘 대표할 있도록 설계된 단백질이다. 설계된 단백질 ConM이 자연형 외피 단백질과 유사하게 발현되고 구조를 갖으며, 토끼 및 원숭이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치료제 및 백신으로써의 효과가 광범위한 중화항체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인다.

우선, 비자연형(non-natural) 서열을 갖는 ConM 단백질에 안정화를 위한 인위적인 단백질 변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형 외피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삼량체를 이루는 것을 통해 디자인된 ConM 단백질이 자연형 HIV 외피 단백질과 유사한 상태로 발현됨을 보였다.

규명된 ConM 단백질의 구조에 기반하여, ConM 단백질이 전체 아형을 가장 잘 대표하도록 디자인되었으므로 백신으로 사용되었을 경우 각 외피 단백질의 특이 서열에 의해 특정 항체만을 생산할 가능성이 적었다. 즉, ConM을 백신으로 사용할 경우 변이가 다양한 HIV 외피 단백질을 광범위하게 중화시킬 수 있는 항체(broadly neutralizing antibodies)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높았다.

토끼와 짧은 꼬리원숭이(macaque)를 이용하여 ConM의 면역 원성을 확인해 보니 ConM을 페리틴 나노입자에 붙여서 실험동물에 주입할 경우 더욱 강하게 자가 중화항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인간 면역세포 침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HIV 외피 단백질을 백신으로 개발함으로써 다양한 변이 외피 단백질들을 광범위하게 중화시킬 수 있는 항체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

한병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변이체가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이 힘든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백신 연구에 직접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향후 이 원리를 적용해서 변종이 심해 치료법 개발이 힘든 독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과 기초연구사업(선도연구센터)의 지원 아래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의학센터와 공동연구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5월 30일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