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변형 후, 전기전도도 60배 이상 향상되는 셀프-부스팅 현상 규명

▲ 최근 국내 연구진이 우수한 신축성을 가지며 큰 변형이 있어도 높은 전도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자가 치유(Self-healing) 특성까지 지니고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기계신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바이오닉스연구단 손동희 선임연구원, 생체재료연구단 서현선 연구원 팀이 공동 융합연구를 통해 우수한 신축성을 가지며 큰 변형이 있어도 높은 전도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자가 치유(Self-healing) 특성까지 지니고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IST 손동희 박사는 사전에 실제 피부와 기계적 강도가 유사하여 부착 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 장기간 착용이 가능하고,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며 물이나 땀에서도 외부 자극 도움 없이 자가 치유 성능을 보이는 고분자 소재를 개발한 바 있다.

▲ 완전한 절단 후에도 자가 치유되어 신축성 및 전도성 회복이 가능한 고분자 복합체

손동희·서현선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전자 소자와 인체 사이에 안정적으로 전력 및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높은 전도성과 신축성을 지니고 있어 ‘인터커넥트’로 활용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하였다. 인터커넥트(Interconnect)는 인체로부터 측정한 생체 전기신호를 전자 소자로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인체와 전자 소자 사이를 연결하는 장치이다.

인터커넥터는 상당한 변형, 예를 들어 급격한 연신이나 구부림이 일어나더라도 전력 및 데이터 전송 능력에 열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추가적으로 인터커넥터의 일부가 손상되거나 심지어 절단되더라도 자가 치유(self-healability)에 의해 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활용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 고신축성, 고전도성, 자가 치유 고분자 복합체의 구조식, 미세구조 및 사진

그러나 높은 신축성, 높은 전도성 및 우수한 자가 치유 능력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착용형 인간-로봇 인터페이스는 심각한 손상 후에도 피드백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자가 치유가 가능한 신축성 있는 인터커넥트의 부족으로 인하여 인간과 기계 사이의 장기적인 상호 작용을 지원할 수 없다.

연구팀은 신축성이 높은 자가 치유 특성을 지닌 고분자의 내부에 은 마이크로·나노 입자들을 분산·분포시켜, 우수한 신축성을 가지면서도 변형에도 문제없는 전도성 고분자 복합 신소재를 제작하였다.

▲ 인간-로봇 인터커넥트로 작용하여 인간의 팔 움직임을 로봇 팔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고분자 복합체

연구팀은 개발한 소재를 인터커넥트로 활용하여 실제 인체에 부착해 생체 신호를 실시간 측정하고, 이 신호를 안정적으로 로봇 팔에 전송하여 실제 인간 팔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그대로 모방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또한, 기존의 소재들은 변형이 일어날 경우 전기전도도가 약해져 그 성능이 떨어지는데 반해, KIST 연구팀이 개발한 신소재는 초기 상태의 35배까지 변형이 가능하며, 오히려 변형될수록 전기전도도가 60배 이상 좋아져 종래에 보고된 적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손상되거나 완전히 절단되더라도 스스로 회복 및 접합되는 자가 치유 장점을 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3500%까지 변형한 고분자 복합체의 사진(a) 및 전기전도도(b)

연구팀은 기존의 전도성 소재에서 보고된 바 없는 현상에 대해 규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소재는 외력에 의해 변형이 일어나면 내부 마이크로·나노 입자들의 재배열에 의해 전기적 특성이 자발적으로 향상되는 ‘셀프-부스팅(self-boosting)’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고, 주사전자현미경(in-situ SEM) 및 마이크로 CT(microcomputed tomography, μ-CT) 분석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였다.

이렇게 개발한 전도성 고분자 복합체를 인터커넥터로 활용하여 실제 인체에 부착해 근전도(electromyogram, EMG) 신호를 측정하고, 이 신호를 안정적으로 로봇팔에 전송하여 실제 팔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사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 외력에 의한 변형이 유지되었을 때 은 나노입자의 자발적 동적 재배열(셀프-부스팅 현상 규명)

서현선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고신축성, 고전도성, 자가 치유 고분자 복합체는 인체와 전자 기기 사이의 인터커넥트로 활용되어 극심한 외력 및 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차세대 웨어러블 전자 기기 개발 및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동희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의공학, 전자공학, 로봇공학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소재 원천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바탕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미국 스탠포드대학과 공동연구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Nano’ 최신호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