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교, 사장교 케이블에 수관 설치해 상시 화재진압 가능
국내 82개 현수교, 사장교 도입할 경우 724억 원 소요

[기계신문] 케이블의 힘으로 지탱하는 다리를 케이블 구성방식에 따라 현수교(懸垂橋)나 사장교(斜張橋)라고 한다. 경기도가 이런 현수교나 사장교 케이블에 불이 났을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화재방지법을 국내최초로 개발하고 특허를 받았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3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교량 케이블의 화재를 방지하는 수관 장치 및 화재방지 방법’에 대한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경기도 안전관리실 소속 김상구 주무관이 고안한 이 화재 방지 방법은 교량을 지탱하는 케이블을 물이 들어 있는 수관(水管)으로 감싸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케이블과 수관의 발화점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통상 케이블의 경우 300℃가 돼야 불이 붙지만, 수관은 85℃만 돼도 불이 붙는다.

수관은 생활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도용(염화비닐 등) 파이프다. 케이블에 열이 가해지면 발화점이 낮은 수관이 먼저 불에 타게 되고, 수관의 물이 밖으로 나와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다.

▲ 수관 케이블 설치 개념도

김상구 주무관이 이 화재방지법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지난 2015년 12월 발생한 서해대교 화재였다. 당시 화재는 낙뢰 때문에 일어났는데, 낙뢰를 맞은 한 케이블에 불이 났고 이 불이 옆으로 번지면서 3개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중 한 개가 끊겨 땅으로 떨어질 때 화재진압에 나선 소방관이 이 케이블에 맞아 순직하기도 했다.

서해대교 화재진압이 어려웠던 이유는 케이블 주탑 높이가 180m인데다 강풍이 심해 고가사다리차와 소방헬기 이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방관 5명이 100m가 넘는 서해대교 주탑에 올라 불이 난 케이블에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화재진압에 성공, 모두 1계급 특진하기도 했다.

서해대교는 모두 144개의 케이블이 하중을 지탱하는 사장교인데, 2개 이상 끊어지면 붕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화재진압이 조금 만 더 늦었으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던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 화재로 서해대교에는 15일 동안 교통통제가 이뤄졌으며 약 400억 원 가량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했다.

▲ 서해대교 점검 중인 김상구 주무관

김 주무관은 “화재 조사를 위해 현장에 출동했는데 케이블에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케이블에 수관을 설치하면 언제든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겠다 싶어 방법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주무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케이블 1m당 소요되는 예산은 약 2만원 정도, 서해대교에 수관을 설치할 경우 평균 140m 길이 케이블 144개 총 77,000m에 약 15억 원이 필요하다.

경기도 안전관리실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총 82개의 사장교와 현수교가 있으며 이들의 케이블 교량길이는 10만 4,170m에 이른다. 이곳에 모두 수관을 설치하면 724억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화재 발생시 예상되는 2조 2,972억 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 대비 3.1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경기도 안전관리실은 실행방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자문과 의견수렴, 공동연구를 위해 경기연구원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 특허등록증

송재환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은 “교량 케이블 화재 시 제대로 진압하지 못할 경우 피해규모가 막대하고, 사장교와 현수교가 많아 대책이 시급한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특허는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 특허가 낙뢰 또는 교량위 차량화재로 인한 복사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량 케이블 화재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