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최형순 교수 연구팀이 부산대학교 정윤철 교수, 전북대학교 최형국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2차원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한 공진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계신문] 차세대 반도체 양자소자는 2차원 전도층에서 단일 전자들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2차원 평면상의 전자들은 모든 방향으로 회절, 간섭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연구에선 전자들을 나노막대(1차원) 혹은 양자점(0차원)와 같이 낮은 차원의 공간 속으로 포집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전기적 신호를 읽거나 양자역학적인 정보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고차원의 전자를 필요로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양자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설계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는 2차원 전자를 가두는 공진기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 화제다.

공진기란 한정된 공간 안에 파동을 가두는 장치로, 빛이나 음파 혹은 통신 기술에 쓰이는 전자기파와 같은 파동을 제어하는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KAIST 응집상양자결맞음센터는 KAIST 최형순 교수, 부산대학교 정윤철 교수, 전북대학교 최형국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2차원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한 공진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빛은 파동이면서도 다양한 매질 내에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빛은 마주보는 거울 사이에 가두어 두더라도 소실되지 않고 여러 차례 왕복이 가능하여, 광공진기 개발에 용이하고 실제로 다양한 광학소자들이 이미 폭넓게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반면에 물질 내부의 전자는 매질 내에서 쉽게 산란되어 빛의 파동성을 유효하게 활용하는 기술이나 소자 개발이 쉽지 않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전자를 이용하여 광학 기술을 모사하는 것을 ‘전자광학’이라고 한다.

▲ 반도체 내에서 전자공진기의 구조를 보여주는 모식도: (a) 평면거울 광공진기에서는 거울들이 작은 오차가 있을 시에 빛이 공진기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 공명현상이 불안정하다. (b) 이와 달리 곡면거울 광공진기에선 빛이 거울에 곡률에 의해 공진기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공명한다. (c) 반도체 위에 나노공정된 전극(노랑)을 증착시켜 2차원 전자계(파랑)에 공진기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d) 소자 사진, (e) 전자파동의 이동 경로

이번 연구는 전자가 단순히 파동성을 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공진기의 2차원 전자광학적 소자에 대응되는 전자공진기를 실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직진하는 1차원 전자를 가둬 공진기를 만든 사례는 있었지만, 2차원 평면상에서 반사나 회절, 간섭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전자를 가둬 공진기를 만든 최초 사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전자를 제어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팀은 반도체 나노소자 공정을 통해 전자의 파동을 반사할 수 있는 곡면거울을 제작하고 광공진기의 구조를 2차원 전자에 적용하여 물질 파동 또한 빛과 동일한 방법으로 가두어 둘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위해 반도체를 극저온으로 냉각하면 반도체 내부의 전자가 수 미크론(백만분의 1미터) 정도 양자역학적 특성이 보존되는 2차원 전자 파동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 반도체 위에 전극을 입히고 강한 음전압을 걸어주면 전극이 있는 영역으로는 전자가 진입하지 못하게 되므로 전자가 반사되는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

▲ (a, b) 전자공진기의 공명특성을 측정하는 전기 회로. (c) 전자 거울 이외에는 전자들의 움직임이 제어되지 않았음에도(보라, 높은 전도도) 공진기 축으로 전자들이 공진하고 있음(파랑, 주황, 전도도 최고점/최저점 교차)을 보임. (d) 전자들의 양자역학적인 모델과 (e, f) 실험 결과의 대조

이 원리를 적용하여 두 개의 마주보는 곡면거울로 이루어진 공진기 구조를 만들고, 그 내부에 전자 파동을 주입하여 그 전도도를 측정함으로써 실제로 전자가 공명하는 특성이 관측했다. 이를 통해 양자역학적 특성을 갖는 물질 파동 또한 빛과 동일한 방법으로 가두어 둘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KAIST 최형순 교수는 “이번 기술은 2차원 전자계의 전자광학 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원천기술로써 향후 다양한 양자기술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SRC)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외에도 한국연구재단의 다양한 연구 사업(양자컴퓨팅 개발사업, 기본연구, 중견연구 지원사업 등)의 지원이 있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26일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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