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연구원은 KAIST 류호진 교수팀, 하나에이엠티㈜와 공동으로 3D프린팅에 활용할 수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용 분말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왼쪽부터) 원자력연구원 강석훈 박사, KAIST 류호진 교수, 하나에이엠티㈜ 김홍물 대표

[기계신문] 한국원자력연구원 재료안전기술개발부 강석훈 박사 연구팀은 KAIST 류호진 교수팀, 금속 분말 소재 기업 하나에이엠티㈜와 공동 연구를 통해 3D프린팅에 활용할 수 있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압력용기용 금속 분말 소재를 개발, 우수한 성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원전 부품 산업에서 3D프린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원자로와 같이 복잡한 구조의 정밀한 부품을 이음새 없이 설계·제조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주조·가공 처리가 필요 없는 데다 재료의 손실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금속 3D프린팅 분야에서는 3D프린팅 장비뿐 아니라, 필수 소재인 금속 분말과 프린팅을 최적화하는 공정 기술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강석훈 박사 연구팀은 SMR 압력용기 소재를 만들기 위해 3D프린팅 전용 금속 분말 개발에 나섰다. 원자로 압력용기 소재는 비교적 높은 탄소 함량을 가지고 있어 3D프린팅용 미세 분말로 만들기 어렵다. 분말의 유동성이 낮아 노즐을 통과하기 어렵고, 분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쉽게 산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가스분무공정 개선을 통해 원자로 압력용기 제작에 쓸 수 있도록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둥글고 고른 형상의 3D프린팅용 미세 분말을 제조했다. 가스분무공정은 열로 녹인 금속에 불순물 유입과 산화 등을 차단하기 위한 불활성 가스를 분사해 분말을 만드는 공정이다.

▲ 실제 원자로 압력용기용 소재(Forging)(왼쪽)와 3D프린팅으로 새롭게 개발한 소재(AM)(오른쪽)의 미세 조직 비교. 오른쪽에서 더 작은 결정립과 충격 특성이 우수한 미세 베이나이트 조직 분포를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공정보다 개선된 방법을 사용했다. 특히, 소용돌이형 노즐을 이용하여 가스 분사 중 분말의 크기를 미세하게 제어해 유동성을 개선했다.

이후 3D프린팅 방식(L-PBF, Laser Powder Bed Fusion)의 빔 에너지, 스캔 속도, 열의 양을 조절해 충격 흡수율이 우수한 소재를 만드는 최적의 공정 조건을 도출했다.

-196℃ 저온부터 80℃ 고온까지 실제 압력용기용 소재와 충격 흡수율을 비교 평가한 결과, 우수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실제 압력용기용 소재는 –75℃ 부근에서 쪼개졌지만 새롭게 제조한 3D프린팅 소재는 –145℃ 부근이 돼서야 쪼개졌다.

금속이 깨지기 쉬운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한 것이다. 이를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연성-취성 천이온도는 쉽게 늘어나는 상태(연성)를 지닌 금속이 깨지기 쉬운 상태(취성)로 급격히 변하는 온도로,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낮을수록 금속의 안전성은 높아진다.

▲ 실제 원자로 압력용기용 소재(Forging)와 3D 프린팅으로 새롭게 개발한 소재(AM)의 충격 특성 비교. 영하 100도 시험편에서 회색점(Forging)은 취성 파단, 적색점(AM)은 연성 파단이 관찰된다. 이는 동일 조건에서 3D 프린팅으로 새롭게 제조한 소재(AM)가 충격을 더 잘 흡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원전 가동 시 원자로 압력용기는 내부 핵분열에 의해 중성자에 노출되며, 점점 깨지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따라서 중성자 노출에 오래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압력용기가 필요하다. 천이온도가 70℃가량 낮아짐에 따라, 현 상용 원자로 설계 수명을 40년으로 가정할 때 80년 이상의 초장주기 중성자 조사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원자력연구원은 SMR 설계뿐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 선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3D프린팅용 분말 소재는 향후 SMR을 비롯하여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는 각종 원자로 부품 제작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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