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 홍지현 박사 연구팀이 고용량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소재의 고질적 문제인 급격한 수명저하 원인을 규명했다. (왼쪽부터) 임국현 학생연구원과 홍지현 박사

[기계신문] 니켈 기반 층상구조 산화물 양극재는 대한민국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핵심 기술로, 전 세계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니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니켈을 양극의 주요 원소로 활용하는 리튬이온전지의 생산 단가가 더 이상 낮아지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연구자들은 국제 현물시장에서 니켈의 17분의 1 정도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망간을 주요 원소로 활용하는 스피넬 양극재에 주목했으나, 급격한 수명저하 현상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에너지소재연구센터 홍지현 박사 연구팀이 고용량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소재의 고질적 문제인 급격한 수명저하 원인을 규명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망간 양극재 리튬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 지난 3년간의 양극재 가격 변동(좌) 및 타 양극재 대비 망간 기반 양극재의 성능 비교(우). 네모 표시는 이번 성과로 연구한 망간 기반 양극재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재는 이론적으로 니켈 기반 상용 양극재 수준의 높은 밀도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금속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면 가격당 에너지밀도는 2.8배에 달한다. 그러나 전지의 전체 용량을 활용할 경우 급격한 수명저하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론값의 75% 정도로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다.

그간 학계에서는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재의 충·방전 과정에서 형성되는 3가 망간(Mn3+)이 소재 결정구조의 뒤틀림을 발생시켜 전해질로의 망간 용출을 야기하고, 이는 결국 양극재의 수명저하의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연구가 3가 망간의 형성을 억제하는 데 집중됐다.

주류학계의 이론과는 달리, KIST 홍지현 박사팀은 전지의 구동전압 범위를 조절하면 3가 망간이 형성되더라도 양극재가 뛰어난 수명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 새롭게 규명한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전해질 계면의 부반응 메커니즘

연구팀은 기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 같은 현상의 해석을 위해 방사광 가속기 기법 등 고도의 소재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거듭되는 충·방전 과정에서 양극소재 및 전해질 사이 계면의 부반응이 수명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양극-전해질 계면 안정화를 통해 망간 기반 소재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핵심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전략의 예시로, 무(無)-에틸렌 카보네이트 전해질(EC-free electrolyte) 도입을 통해 상용 전해질 대비 62%의 수명 개선 사실을 증명했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소재 성능 가운데 가장 우수한 용량과 출력이다.

▲ 상용전해질과 KIST가 도입한 신규전해질을 사용해 수명이 개선된 망간 양극 리튬이온전지. 도입한 신규전해질을 사용 시 가스발생이 억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KIST 홍지현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KIST가 전기차 보급 확대의 기폭제가 될 망간 기반 고에너지 양극소재 상용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학계와 산업계가 그간 많은 역량을 축적해온 니켈 기반 양극재의 계면 안정화 기술을 망간 기반 차세대 양극재에 적용하는데 집중한다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한층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전기자동차 사용은 향후 인류에겐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따라서 값싼 망간을 주요 원소로 사용하고 높은 에너지밀도를 갖는 고용량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소재가 기존 니켈 기반 양극소재의 대체재가 된다면 전지 생산 단가를 현저히 낮춤으로써 원활한 전기자동차 보급이 이뤄질 수 있다.

연구팀이 새롭게 규명한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소재의 계면에서 나타나는 열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해질 개발 또는 코팅, 도핑 등 여러 가지 계면 안정화가 이루어져 전지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써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Advanced Energy Materials’ 전면 표지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 중견연구)을 통해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의 전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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