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기계신문] 인공근육은 외부자극을 통해 구조변형이 가능한 특성을 가지며 그 응용분야가 매우 넓지만, 구조변형률, 반응속도, 변형 응력 및 출력밀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르게 자연근육을 뛰어넘기는 힘들다는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

이를 해결할 만한 신소재 중 가역적인 구조변형을 할 수 있는 액정 엘라스토머는 최근 자연근육을 능가할 수 있는 잠재성을 보유한 소재로 주목되었다. 하지만 근육 수축 시 현저하게 떨어지는 기계적 물성과 원하는 부분에만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메커니즘의 구현이 난제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고품질의 그래핀을 충진제로 도입하여 수축과 이완시 기계적 물성을 향상시키고, 모든 구조변형 물성값에서 인간근육을 능가하는 고기능성 인공근육을 제시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부산대 안석균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그래핀-액정 복합섬유를 이용한 새로운 인공근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인공근육은 현재까지 과학계에 보고된 것 중에서 인간근육과 가장 유사하면서도 최대 17배 강한 힘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인공근육 섬유 제작의 개략도와 내부 수축과 이완 시 내부구조 도식

동물의 근육은 신경 자극에 의해 그 형태가 변하면서 기계적인 운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봇이나 인공장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근육과 유사한 운동을 일으키기 위한 기술들이 개발돼 왔으나, 지금까지는 주로 기계장치에 의존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유연성을 가지는 신소재를 이용해 생명체의 근육 같이 유연하면서도 기계적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인공근육들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일으키는 운동의 범위가 동물근육보다 제한되고 강한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마치 시계태엽을 감듯이 부가적인 에너지 저장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문제점이 있다.

▲ 인공근육 섬유 방사 후 모습과 이를 기반으로 제작 가능한 다발의 모습

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신소재는 온도변화에 따라 동물근육과 같이 크게 수축을 일으키는 액정물질에 고품질의 그래핀을 적용함으로써 레이저를 이용한 원격제어가 가능하며 인간근육의 작업 수행능력(17배)과 출력밀도(6배)를 크게 능가하는 운동능력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인공근육을 이용해 1 킬로그램(kg) 짜리 아령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으며, 이를 이용한 인공자벌레는 살아있는 자벌레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록을 달성했다.

▲ 1 kg 아령을 들어 올리는 인공근육 섬유 다발(좌), 실제 자벌레 움직임보다 빠른 이동속도를 보여주는 인공자벌레(우)

김상욱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인공근육들은 비록 한두 가지 물성이 매우 뛰어난 경우는 있으나 실용적인 인공근육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물성들을 골고루 갖춘 경우는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시발점으로 실용성 있는 인공근육 소재가 로봇산업 및 다양한 웨어러블 장치에 활용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비대면 과학기술에서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지난 10월 27일자로 출간됐으며, 해당 학술지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또한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하여 KAIST 교원창업 기업인 ㈜소재창조를 통해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강지형 교수,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 부산대학교 고분자공학과 안석균 교수가 공동 연구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인 다차원 나노조립제어 창의연구단과 기초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인공근육 섬유 다발을 표현한 Nature nanotechnology의 11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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