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권태준, 김하진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이재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혈중 감염성 세균을 빠르게 검출하는 진단 칩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UNIST 강주헌, 권태준, 김하진 교수 연구팀

[기계신문] 균혈증이란 혈액에 세균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며, 세균이 세균성 감염이 있는 장기에서부터 혈액으로 유입하여 발생한다.

대부분 건강한 사람의 면역체계는 이렇게 유입된 적은 양의 세균을 혈류에서 신속하게 제거하나,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은 때때로 전신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패혈증으로도 이어진다.

패혈증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균혈증 원인균에 대한 조기진단이 필요한 데, 현재 병원에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혈액배양법은 균종에 따라 최대 2~3일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혈액 내에 미량 존재하는 세균을 배지에서 증식시켜야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식이 잘 안 되는 세균에 감염됐을 경우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혈액의 세균 감염 여부를 3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추가 검사 없이 단번에 세균의 종류와 양도 분석도 가능해졌다. 치명률이 높은 패혈증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새로운 진단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 미세 유체 칩 기술과 형광 FISH 기술을 접목한 세균 감염 조기 진단기술. 초록색 형광으로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자기장으로 세균만 빠르게 칩 안에서 분리할 수 있으며, 이때 세균에 FISH 탐침이 달라붙어 형광이 발생하는 원리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권태준, 김하진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이재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혈중 감염성 세균을 빠르게 검출하는 진단 칩 기술을 개발하고, 동물모델과 세균 감염 환자의 혈액을 이용해 이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도 입증했다.

혈액의 세균 감염 여부(균혈증)를 알아내는 것은 세균 감염이 악화해 발병하는 패혈증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필수적이다. 전신 염증 증상인 패혈증은 10대 사망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치명률이 높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세 유체 칩 기술에 유전물질 검출(FISH) 기술을 접목해 3시간 안에 원인균의 종류까지 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손가락만 한 칩 안에서 혈액을 흘려 혈중 세균을 분리·농축한 뒤 이를 FISH 기술로 검출해내는 것이다.

▲ 미세 유체 칩을 통해 자성으로 분리된 세균 FISH 검출 모습 개요도. 자성 나노입자를 세균에 부착 후 자석을 이용해 미세 유체 칩 채널 안에 분리한 뒤 FISH 방법을 이용하여 세균 형광염색 진행(대장균(E. coli): 초록, 황색포도상구균(S. aureus): 자홍), 혈액이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됐음을 알 수 있다.

FISH 탐침(probe)이 특정 세균의 유전자(핵산 염기서열)와 결합하면서 형광 발색이 되는 원리를 쓴다. 이 발색 변화를 보고 특정 세균 감염 여부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또 형광 세기를 비교 분석하면 감염 사실뿐만 아니라 감염된 세균의 양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진단기술을 이용해 기존 진단기술로 음성이 나온 패혈증 의심 환자의 혈액에도 세균을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진단법은 미세 유체 칩 안의 자성 나노입자 덕분에 혈액 속에서 세균만 분리해 빠르게 농축할 수 있다. 입자 표면에는 면역 단백질이 코팅되어 있어 세균만 자성 나노입자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자기장(자석)을 이용해 세균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 자성나노입자에 부착된 세균 형광사진. (위) 세균에 결합하는 면역 단백질이 코팅된 자성 나노입자(자홍색)와 이에 결합된 세균의 형광 이미지. 왼쪽은 대장균, 오른쪽은 황색포도상 구균, (아래) FISH 탐침으로 형광 염색된 대장균 모습. 대장균 FISH 탐침과 결합해 자홍색으로 변색됐다(오른쪽 두 번째).

연구팀은 “하루 이상 걸리던 기존의 혈액 배양법이나 복잡한 유전체 기반 진단 검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빠르고 간편한 검사법을 개발했다”며 “혈액 배양법보다 빠른 PCR 같은 유전체 기반 검사도 여전히 유전체를 추출하고 증폭하는 시간과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 기술은 빠른 세균 분리 농축과 즉각적인 감지 기술로 시간을 크게 줄이고 검사 과정도 단순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FISH 탐침의 종류와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의 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추가 계획 중”이라며 “항생제 내성균 검출과 항생제 감수성 진단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기술은 기존 방법보다 진단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민감도를 향상하게 시켰으며 진단에 필요한 혈액량도 많지 않아 의료현장에 사용되기에 적합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조기 균혈증 진단을 통해 패혈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며, 나아가 불필요한 항생제 오남용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민석, 현휘, 김성호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박인원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세대 의료기기 플랫폼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 메소드(Small Methods)’에 3월 18일자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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