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신소재공학과 최경진 교수 연구팀이 실리콘에 미세구멍을 조밀하게 뚫어 유연성을 지닌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제1저자인 바우워잔 사림자노프 학생과 최경진 교수(우측)

[기계신문] 태양전지는 빛을 흡수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고투명도를 얻기 위해서는 빛을 투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투명도를 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절충점이 있어야 한다.

최근 검고 딱딱한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하는 컬러 유연 투명태양전지 기술이 개발됐다. 도심 한복판을 알록달록한 태양전지로 꾸밀 수 있을 날이 머지않았다.

UNIST 신소재공학과 최경진 교수 연구팀이 실리콘에 미세구멍을 조밀하게 뚫어 유연성을 지닌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 미세구멍을 착색된 고분자 물질로 채워 넣으면, 색상 조절이 가능하고 고무 수준으로 유연한 컬러 투명태양전지가 완성된다.

태양전지에 쪼여진 빛 중 일부가 미세구멍 내 고분자 물질을 통과해 우리 눈엔 투명한 색상이 보이고, 나머지는 실리콘에 흡수돼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착시 현상 때문에 검은 실리콘은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다.

▲ 색상이 조절된 컬러 투명 태양전지

투명태양전지는 건물 외벽, 창문 등에 설치할 수 있어 주목받는 신개념 태양전지다. 기존의 검은 실리콘 태양전지 달리와 빛을 투과시켜 건물 등의 미관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투명태양전지 기술에 색상과 유연성을 더했다. 특히 딱딱한 실리콘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다. 부러지지 않고 쉽게 구부릴 수 있는 구조를 ‘유연한’(ductile) 구조라고 하는데, 원래 무기물인 실리콘은 전혀 유연하지 않다.

실리콘을 구부리면 높은 응력(힘)을 견디지 못해 균열이 잘 생기며, 이 균열은 빠르게 퍼져나가 태양전지가 파손되고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곡면 등에 설치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실리콘 기판에 수십 마이크로미터(10⁻⁶ m) 크기의 미세 구멍을 뚫는 새로운 구조를 개발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이 구조는 굽힘 시 응력이 아주 좁은 영역에만 집중돼 구조가 더 유연해지고 균열이 쉽게 전파되지 않으며, 수천 번을 구부려도 구조가 깨지지 않았다.

또, 미세구멍에 착색된 고분자를 끼워 넣으면 태양전지 색상도 중성에서 녹색, 파란색, 노란색 등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기계적 특성을 분석하는 전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고분자 재료가 굽힘 동안 응력을 방출해 유연성이 한 층 더 증가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최경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계적 특성에 대한 전산 시뮬레이션을 유연 태양전지 개발에 적용한 매우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 전산 시뮬레이션을 통한 기계적 특성 분석

이 컬러 투명태양전지는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 태양전지를 거의 반쯤으로 굽히는 수준(굽힘 반경 8 ㎜)의 굽힘 테스트를 수백 번 진행한 이후에도, 초기 효율의 95% 이상을 유지했다.

또한, 태양광 흡수 물질로 실리콘을 썼기 때문에 85 ℃, 85 %의 습도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1,500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무기물인 실리콘은 유연하진 않지만 고온다습한 환경을 잘견디는 장점이 있다.

최 교수는 “건물의 창문 등에 사용될 수 있을 만큼 투명할 뿐만 아니라 유연하고, 색상 조절이 가능해 다양한 응용 분야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 (a) 굽힘 상태에서 유연하고 투명한 태양 전지의 J-V 곡선(파란 선), (b) 반복적인 굽힘 주기에 따른 효율 변화(검은 선: 굽힘 반경 12mm, 빨간 선: 8mm), (c) 개발한 유연 투명태양전지의 장기 안정성(빨간 선: 고분자 막이 삽입된 투명태양전지, 검은 선: 고분자막이 없는 경우)

건물, 차량, 휴대형 전자기기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주목받고 있는 투명태양전지는 낮은 효율, 장기 안정성 부재, 태양전지의 강성으로 인해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다양한 색상을 띄는 실리콘 기반의 투명태양전지는 기존의 고정된 색상과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개선하고, 중성색 또는 유색의 투명하고 유연한 특성을 나타내어 투명 태양전지의 실용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투명태양전지는 기존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로서, 새롭게 규명한 실리콘의 기계적 성질은 고성능 투명태양전지 및 실리콘 기반 광학소자 개발의 길잡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첨단 기능성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11월 17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 사업(미래기술연구실 사업)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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