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미국·EU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할 때이다.

[기계신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서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각국의 핵심적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그동안 미국, EU 등은 글로벌 가치사슬 상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 임상시험 등에 특화하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 부문을 등한시해왔다.

그러나 지난 2021년 2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에 따라 같은 해 6월 백악관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기존의 제한된 정부의 역할과 시장 논리에 따른 자원배분, 원가절감을 위한 분업화와 아웃소싱이 공급망 상의 특정 부분에서 중국 등 외부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미·중간 전략적 경쟁 국면 속에서 국가안보의 위험 요소로 부상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발표한 ‘전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변화와 우리 수출의 경쟁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미국·EU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 및 매출비중 (십억 달러, %)

그동안 미국은 생산원가 절감과 환경규제 회피 등의 목적으로 원료의약품 제조설비의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해왔다. 2021년 3월 기준 원료의약품 제조설비의 73%가 미국 외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제너릭(복제약) 원료의약품의 제조설비는 87%가 해외에 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자국내에서 소비되는 제너릭 완제의약품의 약 40%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인도는 이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의약품의 약 7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미국의 의약품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은 제너릭 항생제, 해열진통제 등 국민 보건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 ▶자국 내 의약품 생산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핵심 의약품의 재고 확보 및 관리시스템 구축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좌) 전체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의 지역별 분포 및 (우) 제네릭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의 지역별 분포

제약산업의 글로벌 강자인 유럽도 제너릭 원료의약품의 90%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말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新제약산업 전략(Pharmaceutical Strategy for Europe)>을 발표(2020.11)하여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공급망의 위기대응 능력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확대에 따른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상승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2017년 35.4%에서 2019년 16.2%로 빠르게 감소하여 200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완제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약품의 생산은 2017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원료의약품의 주요 수입대상국은 중국(36.7%), 일본(13.0%), 인도(10.2%) 순으로 나타나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 우리나라의 원료/완제의약품 수입 상위 5개국의 수입액 및 비중(2019년 기준) (천 달러, %)

게다가 국내 제약기업 대부분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신약개발보다는 제너릭(복제약)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높은 수익창출이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의 의약품 수출액은 63억 달러로 세계 19위에 머물렀으며, 수출경쟁력 지표상으로도 아직은 주요국 대비 미흡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시장의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제조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수출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 전년 대비 97.3%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전 세계 의약품 수출증가율(11.2%)을 큰 폭으로 상회했고 수출 순위도 2019년 22위에서 세 계단 상승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수출은 전년 대비 139.1% 증가한 51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 7위로 올라섰고 수출경쟁력 지표상으로 EU, 미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국의 의약품 수출경쟁력(2019년→2020년)
▲ 주요국의 바이오의약품 수출경쟁력(2019년→2020년)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중심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개척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의약품 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미국 및 주요 동맹국에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우리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김경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과 백신·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다수 체결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기회 삼아 우리나라가 첨단 의약품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한편,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신약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부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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