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신소재공학과 손재성·채한기 교수팀과 애리조나 주립대 권범진 교수는 열전소재를 벌집 형태로 3D프린팅해 발전기 내구성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좌측부터) 손재성 교수, 주혜진 연구원, 추승준 연구원, 채한기 교수

[기계신문] UNIST 신소재공학과 손재성·채한기 교수팀과 애리조나 주립대 권범진 교수는 열전소재인 구리-셀레나이드(Cu₂Se)를 벌집 형태로 3D프린팅해 발전기 내구성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열전소재로 이뤄진 잉크를 새롭게 개발한 덕분에 3D프린팅으로 복잡한 벌집구조를 찍어낼 수 있었다.

열전 기술은 ‘열전효과(thermoelctric effect)’를 기반으로 한다. 열전소재 양 끝단에 온도 차가 발생하면 전하 캐리어(전자, 정공)의 확산으로 밀도 차이가 생겨난다. 이러한 밀도 차이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힘(기전력)이 발생하고 이를 이용하여 열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열전발전기’라고 한다.

열전발전기는 일반적인 발전기와 달리 구동부나 복잡한 구조가 없기 때문에, 열전 소재 자체의 ‘열전성능’이 전체 열전발전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열전 기술과 관련된 연구는 발전효율이 높은 고성능 소재 개발과 발굴에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열전발전 대중화를 위해서는 열전소재의 내구성을 높이는 연구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열전소재는 태생적으로 다른 소재군에 비해 낮은 기계적 강도를 지니는 한계가 있는 데다가,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열원(熱源)으로 이용할 때는 기계적 진동과 같은 외부적 충격과 소재의 열팽창으로 인해 내구도가 더 쉽게 떨어진다.

또, 제백효과를 활용한 상용화된 열전발전기의 경우 제조 공정의 한계로 단순한 직육면체 형태의 열전소재를 이용해 기계적 특성이 취약하다. 뾰족한 모서리 부분이 외력에 쉽게 손상을 입기 쉽다. 내구성을 보완하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공동 연구팀은 열전소재를 세포형 구조(cellular architectures)로 제작하는 기술을 새롭게 선보였다. 세포형 구조는 단위 세포구조 여러 개가 빈틈없이 연결된 형태를 말한다. 벌집처럼 단위세포를 육각기둥형으로 만들면 외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뿐만 아니라 열전소재 원료를 더 적게 써 경량화도 가능하다.

▲ 열전소재 구조별 열전효율을 전산모사를 통해 계산. (a) 직육면체, (b) 중공육각기둥(가운데가 빈 육각기둥), (c) 벌집구조 형태의 구리-셀레나이드 열전소재의 온도분포 모식도, (d) 전산모사를 통한 형태별 구리-셀레나이드의 열전효율

추승준 UNIST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실험에서는 구리-셀레나이드 소재를 세포형 구조로 제작해 기계적 강도를 크게 높였다”며 “본래 이 소재는 고온대역(약 800℃)에서 열전성능이 뛰어나지만 열팽창에 의해 내구성이 쉽게 약화되던 소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3D프린팅용 잉크를 만들기 위해 무기물 결합제(셀레늄)를 썼다. 점도가 높은 잉크 형태로 열전소재를 만들려면 결합제가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쓰는 유기물 결합제는 열처리 공정으로 완벽히 제거되지 않는다. 잔류 유기물 결합제는 전기전도도를 떨어뜨려 열전소재의 효율을 낮추는 문제가 있었다.

▲ 구리-셀레나이드의 3D프린팅 공정. 새롭게 개발된 3D프린팅용 열전소재 잉크를 활용해 중공육각기둥을 단위세포로 하는 세포형 구조의 구리 셀레나이드를 프린팅함

채한기 교수는 “이번 기술은 소재의 전기전도도와 같은 물성저하를 방지할 수 있어 다양한 반도체 소재를 3D프린팅하는 데 접목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로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집구조 열전소재로 발전기로 만들었을 때의 성능도 컴퓨터 시뮬레이션했다. 실험 결과, 벌집구조는 직육면체 평판 형태 발전기보다 온도차를 전기로 변환하는 성능이 26% 이상 높았다. 벌집구조가 열전소재에 붙은 전극의 열 확산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열이 주변부로 확산돼 온도차가 줄면 열전발전 효율이 낮아진다.

손재성 교수는 “3D프린팅 기술로 소재의 기계적 물성을 보완하는 복잡한 구조를 구현하고, 버려지는 원료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이라며 “경량화와 내구성이 동시에 필요한 우주·항공 기술과 자동차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열전소재 형태별 열전발전기 성능 비교. (a) 직육면체, (b) 중공육각기둥, (c) 벌집구조 형태의 구리-셀레나이드 열전소재를 쓴 발전기 모식도 및 단면도, (d) 구조에 따른 열전소재의 출력 전압 및 출력전력, (e) 출력 전력 밀도

이번 연구를 통해 3D프린팅 기술을 구리-셀레나이드 열전소재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으며, 나아가 기계적 강도와 열전효율을 향상시켰다. 무기물 결합제를 첨가한 열전 잉크 제작 기술은 열전성능을 저하하지 않고, 3D프린팅에 활용될 수 있어 물성저하를 억제해야 하는 반도체 같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저널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월 10일(목)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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