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차세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을 상용화하려면 금속기판 위에서 그래핀을 합성한 뒤 기판에서 분리해내는 공정이 필요하다. 이때 그래핀이 손상되기 쉬울 뿐더러 분리 공정 자체도 까다롭다.

전자소자 재료 위에서 바로 그래핀을 합성해 쓰면 되지만, 합성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UNIST 연구팀이 최근 절연체 소재 위에서 그래핀 합성이 느려지는 이유를 밝혀내 공정 개선의 단초를 열었다.

UNIST 신소재공학과 펑 딩(Feng Ding) 교수(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 그룹리더) 연구팀은 전자소자 재료인 실리콘 산화물 같은 절연체 위에서 그래핀 합성 속도가 금속기판보다 10,000배 이상 느려지는 이유를 밝혔다. 합성반응을 여러 단계로 쪼개 분석할 수 있는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쓴 덕분이다.

▲ 절연체와 금속기판 위에서 그래핀이 합성(성장)되는 모습. 일반적으로 절연체 기판(insulating substrate) 위에서 그래핀 합성 속도는 금속기판 대비 10,000배 이상 느리다.

그래핀은 탄소(C) 원자 6개로 된 육각형 고리가 이어 붙은 평면구조 물질(2차원 물질)이다. 고품질의 그래핀 합성에는 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쓴다. 구리 같은 금속 기판 위에서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원료가스로부터 나온 탄소원자가 그래핀 가장자리에 하나 둘씩 붙어 그래핀이 성장하게 된다.

연구팀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절연체 기판을 쓸 때는 원료(전구체)가 그래핀 가장자리(edge)에 바로 달라붙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이 경우 수소가 같이 붙게 되는데, 수소 제거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절연체 위에서 그래핀 성장이 느리다. 반면 금속 기판을 쓰면 원료가 금속 기판을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그래핀 성장이 빠르다.

또, 연구팀은 CH3(메틸 래디컬)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료라는 사실도 밝혔다. CH3은 그래핀에 탄소 공급할 뿐만 아니라 그래핀 가장자리의 수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메탄가스가 분해돼 생기는 증기 상태 원료 중 CH3 비율이 낮은 것도 그래핀 성장 지연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CVD 공정 중 메탄가스(CH4)는 CH3을 포함하는 다양한 활성 물질 상태로 존재한다.

▲ 절연체 기판과 금속기판에서 그래핀 합성 과정의 차이. 절연체 기판 위에서는 증기 상태 원료가 바로 그래핀 가장자리에 붙는 방식으로 그래핀이 성장한다. 반면 고체 상태에는 원료가 금속기판을 통해 빠르게 확산한 뒤 그래핀 가장자리에 붙는 방식으로 성장해 성장 속도가 빠르다.

팅 청(Ting Cheng)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절연체 기판 위에 그래핀을 합성할 때는 금속기판에 합성할 때와 달리 기판 물질 종류보다는 원료 종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펑 딩 교수는 “에너지 소모가 가장 많은 반응 단계를 활성화시키면 절연체 기판 위에서도 그래핀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 단서를 찾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래핀은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유연하고 투명하다. 전기전도성 또한 전선 소재로 쓰는 구리보다 100배 이상 좋다. 이 때문에 반도체 소자 집적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반도체 재료나 종이처럼 얇고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소재로 꼽힌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분자화학과 쫑판 류(Zhongfan Liu) 교수, 쯔롱 류(Zhirong Liu) 교수 팀과 함께한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3월 22일자로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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