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나노 공정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 나노미터(nm) 혹은 그보다 더욱 작은 금속 구조물 제작에 대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나노 공정의 경우 기기의 분해능에 따른 최소 선폭의 한계가 존재하여 수 나노미터 미만의 패턴을 만드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금속 박막에 생기는 균열을 이용한 나노 패터닝의 경우 ‘0 나노미터’에서 시작하는 틈 구조여서 이론적으로는 1 나노미터 미만의 패턴 크기를 만들 수 있으나, 원하는 형태와 틈의 너비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나노 공정은 고성능 반도체 칩 개발 등 초정밀 산업을 위한 핵심기술이지만, 나노 공정 기술 개발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이상 초미세 구조로 줄여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면, 아예 0부터 구조를 쌓아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UNIST 물리학과 김대식 특훈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발상에 착안해 0 나노미터부터 시작하는 초미세 틈 구조(zero gap) 제작 공정을 개발했다. 이 ‘제로 갭 구조’를 잘 휘어지는 기판에 만들면 안테나 등에 쓸 수 있는 초고효율 광학 능동 소자로 작동한다.

▲ 0 나노미터 광학 소자의 제작 방법 및 작동 원리. (a) 유연한 기판 위 첫 번째 금속 박막 패터닝. (b) 패턴 옆에 두 번째 금속 박막 증착. (c) 장력(당기는 힘)을 가해 틈 구조 생성. 두 금속 층이 성질이 다르므로 균열이 첫 패턴 가장자리에 생성되며, 틈의 너비는 수백 나노미터에서 0 나노미터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제로 갭 구조는 얇은 금속 층으로 이뤄져있다. 기판 위에 두 금속 층을 서로 인접하게 쌓을(증착) 경우 경계면에서만 초미세 균열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했다. 같은 금속 물질을 서로 다른 조건에서 기판 위에 쌓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기판을 휘게 해 당기는 힘(장력)을 가하면 0 나노미터에 가까운 틈새가 생기지만 장력을 제거하면 두 금속 층이 연결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열고 닫을 수 있는 제로 갭 구조는 전자기파(빛) 투과도가 1에 가까운 ‘on’과 10⁻⁵ 정도인 ‘off’ 상태를 오가는 능동 광학 소자로 쓸 수 있다. 틈이 열려 있을 땐 축전 효과에 의해 틈 내부에 전기장이 강하게 증폭돼 전자기파가 높은 비율로 투과하지만, 틈이 일부만 닫히더라도 축전 기능이 사라져 투과도가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스위칭의 효율을 나타내는 on/off 비율은 무려 105에 달하며, on/off 전환을 무려 10,000번 이상 반복한 이후에도 성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 0 나노미터 광학 소자의 특성분석. (a) 4인치 웨이퍼(wafer) 크기로 제작된 소자의 사진. (b-e) 기판을 구부리거나 (on) 펴주는 (off) 것에 따른 틈 구조의 열림과 닫힘. (f) 제작된 0 나노미터 광학 소자의 스위칭 특성(on/off 비율~105)

김대식 특훈교수는 “틈 구조를 이용한 광학소자는 확실한 ‘단락’(on-off)이 존재하는 전기 회로 개념이 적용돼 스위칭 효율이 높다”며 “복잡한 나노 공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소자로 즉각 활용하기에도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공동 참여한 강원대학교 물리학과 정지윤 교수는 “마이크로파 및 테라헤르츠파뿐만 아니라 중·근적외선 영역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전자기파 단락이 가능하다”면서 “5G 및 6G 통신에 활용되는 마이크로파와 테라헤르츠파 제어를 위한 차세대 능동 소자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 (좌측부터) UNIST 바다데브 다스 연구원, 윤형석 연구원, 김대식 교수

한편, 0 나노미터 광학소자 제작 기술은 반도체 소자 제작에도 쓰일 수 있다. 금속 대신 쉽게 제거(식각) 가능한 고분자 물질 등으로 초미세 틈 구조를 만들고 이 틈 사이에 반도체 물질을 증착하면 1 나노미터 미만의 폭을 가진 소자 제작이 가능하다. 삼성, 인텔, TSMC 등 반도체 기업의 소자 집적화 기술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응용 가능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소자 분야 국제저널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Advanced Optical Materials)’에 3월 24일자로 공개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UNIST와 서울대학교, 강원대학교의 공동 연구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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