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연구원이 25일(목) 발표한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00일간 공급망 조사 이후 미국은 반도체 산업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계신문] 산업연구원이 25일(목) 발표한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00일간 공급망 조사 이후 미국은 반도체 산업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보고서는 미국의 100일 조사 기간 동안 공급망 구조를 점검하고, 미국의 행동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 4개 품목을 대상으로 100일간의 공급망 조사를 지시한 행정명령 14017호에 전격 서명했다.

표면적·정황적 배경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보호장비(PPEs) 포함 의약품 수급의 난항과 최근 수요 급반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품귀로 심각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업종에서 확인된 핵심품목 제조기반의 취약성 인식과 대응방안 마련 차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의 기저에는 첨단 제조업,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의 주도권 장악 및 중국 굴기의 저지라는 미국의 중장기 국가전략 포석이 잠재하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제조·산업 기반 강화와 중국 견제 의지는 2011년 1기 오바마 행정부 이후 10여 년에 걸쳐 정립된 美 산학관연의 컨센서스(Consensus)이며, 이는 2021년 1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비토(Veto)에도 불구하고 양원에서 초당적 지지로 통과된 국방수권법 내 Title XCIX 「CHIPS for America Act(반도체지원법)」으로 법제화되었다.

100일간 공급망 조사 이후, 미국은 이러한 국가전략 기조에 따라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반도체 관련 對중국(홍콩 포함) 수출 비중이 60%를 상회하며, 대만·일본을 포함하여 미국이 첨단 반도체 조달을 의존하고 있는 동북아 공급망 핵심 국가로서, 미국의 향후 제재 강도 및 범위에 따라 가치사슬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 또한 미국의 100일 조사 기간 동안 공급망 구조를 점검하고, 미국의 행동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행정명령 14017호의 제3장(Section 3, 100-Day Supply Chain Review)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위협요인과 대응전략의 조사 및 보고를 지시하고 있다.

▲ 4대 핵심품목 제조업 공급망 및 산업기반에 대한 주요 평가 항목 *자료: Section 4, Executive Order 14017, the White House, 2021.2.24

제4장에 적시된 조사 내용은 핵심 제품 및 소재, 필수 제품 및 소재의 제조와 관련 역량, 공급망 위협요인의 식별, 그리고 유사시 민·군을 망라한 미국 제조업 공급망과 산업기반의 회복력(Resilience) 및 생산능력 등이다.

특히 잠재 적성국과 불안정 국가로부터의 위협요인에 더하여, 동맹 및 파트너 국가의 정책 동향 및 수급 현황을 파악 및 향후 국제 협력 방안도 포함된다.

향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되는 보고서에는 조사 내용을 기초로 핵심·필수 제품 및 소재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정책 제언을 담아야 한다. 행정명령, 입법, 규제, 기존 정책 변화, 범부처 연계 협력 추진 방안 등 제언은 폭넓은 범위를 취할 수 있다.

2011년 1기 오바마 행정부 시기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PCAST, the 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on Science and Technology)는 20여 년간 누적된 첨단 제조업 부문 무역수지 역조, 특히 對중국 적자와 국내 경쟁력의 구조적·장기적 하락 추세를 경고하였다.

미국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첨단 제조업 부흥을 위해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를 거쳐 현재 바이든 행정부까지 미국은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을 일관되게 실행하고 있다.

2011년 6월 PCAST의 관련 보고서 최초 발표 이후, 2020년 6월까지 6개의 전략 보고서가 연속 발표되었고, 이 중에는 Manufacturing USA로 알려진 국가제조업혁신네트워크(NNMI, National Network for Manufacturing Innovation) 체제도 포함되어 있다.

2017년 1월 反중국 노선 및 미국 내 산업 투자 촉진과 고용 창출을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발맞추어 PCAST는 첨단산업 중 핵심 분야인 반도체 산업의 미국 경쟁력 저하와 중국의 위협을 인식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부상을 중대한 국가 안보 위기로 규정하고, 중국제조 2025 내 반도체 산업 대상 1,500억 달러(약 170조원) 규모 재정 지원 및 지식재산 탈취(IP Theft) 등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했다.

반도체 상품·기술 수출 제한(Export Controls),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 국방부 Black List 및 상무부 Entity List 등재,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활용한 중국의 미국 핵심업체 인수합병 저지 등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관철한 주요 전략적 행보를 대부분 제안하였다.

「CHIPS for America Act(반도체지원법)」는 중국 견제와 더불어, 미국 반도체 제조·산업기반(Industrial Base)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규모 연방 재정지원 법안으로, 2021년도 국방수권법 내 TITLE XCIX에 수록되어 1월 1일 상·하원을 통과했다.

▲ CHIPS for America Act 내 반도체 종합 진단 전수조사 설문 의무 포함 내용 *자료: Section 9904, TITLE XCIX, NDAA 2021

CHIPS for America Act는 총 8개의 장(Section)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미국 반도체 제조 산업 기반의 재건 및 미래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한 대규모 연방 자금 투여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신규 건설 및 장비 현대화에 연방 자금 지원, 주요 부처의 반도체·전자제품 조달 안보 수준 제고, 미국 내 반도체 산업기반 전수 조사 및 종합 진단,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국가 수뇌부 지휘체계 수립과 연방 역량의 집중 동원 등이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14017호의 도입 배경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의 형성 과정과 이를 법제화 한 「CHIPS for America Act」의 골자를 보면, 이번 행정명령은 중국 견제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기반 강화 및 가치사슬 내재화라는 미국의 중장기 국가전략 달성을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 할 수 있다.

100일 간 조사와 향후 대응조치도 이 같은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 구조 상 한국 경제는 외부 여건 변화에 변화에 취약한 구조이며, 특히 현재 전 세계 각국에 걸친 정교한 분업체계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반도체 산업은 더욱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우리는 먼저 미국의 입장에서 어떤 요소들을 공급망 위협 요인으로 인식할 것인지, 또한 장기 전략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예상 및 시나리오를 수립한 뒤 대응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가장 유력한 미국의 향후 행동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메모리·비메모리 부문에서 첨단 공정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입 구조는 노동집약적 제품을 생산하는 동남아를 제외하면, 유럽·동북아 중심으로 국가별 수입 비중은 고른 편이다.

▲ 미국의 반도체 수입 구조(단위: 백만 달러, %) *자료: Written Comments to USDOC and USTR, SIA, 2017.5.(2016년 기준)

그러나 첨단 반도체인 메모리 부문에서는 한국,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및 OSAT(외주패키징테스트)에서는 대만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첨단 칩 수급이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편중된 점을 위협 요인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메모리 부문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 파운드리 및 OSAT 부문에서 TSMC의 독주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존재한다.

▲ 2015년 매출 기준 팹리스, 파운드리, OSAT 국가별 점유율 *자료: Beyond Borders, SIA, 2016.6.

행정명령 14017호는 특정 국가·기업의 독과점 위협과 대체공급원 가용 여부 조사를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며, 한국은 메모리 부문에서 마이크론 등 美 업체와의 경합 가능성이 존재하나 미국의 일방적 TSMC 의존 우려 및 생산능력 한계 등으로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시장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

실현가능성은 낮으나, 미국이 첨단 반도체 조달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대만·일본 등 동북아 공급망 주요국과 중국 간 반도체 중간재 교역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주력산업이자 4차 산업혁명 시기 미래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로, 미국의 100일간 공급망 조사와 향후 조치에 따라 그 향방에 심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美·日 반도체 협정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위상 변화 *자료: KOTRA 도쿄무역관 및 Wkipedia Semiconductor Industry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美·日 반도체 협정 이후 한국이 직면하는 두 번째 변곡점으로, 향후 우리 반도체 산업의 국제적 위상에 중대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100일간 한국은 우선 우리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구조, 특히 수출 비중이 60%를 상회하는 중국과의 연결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미국의 행동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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