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및 비만, 당뇨병 발생률 증가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은 만성간질환으로 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각이 어렵기 때문에 심각할 경우 간경화나 간암까지 진행된다. 대게 건강검진 과정에서의 간수치 상승이나 초음파로 관찰된 지방축적률을 통해 진단이 이루어진다.

지방간에서 지방간염으로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정상 간으로 회복될 수 있으나, 만성 지방간염 단계가 되면 염증반응으로 인한 간 조직 손상 및 기능 악화가 일어나며 보다 심각한 단계에서는 간 섬유화를 동반한 간경화를 초래하고 정상 간으로의 회복이 불가능한 비가역적 상태가 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급속한 유병률 증가로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가 집중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은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된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필한 교수 연구팀이 3차원 생체현미경 기술을 통해 비알콜성 지방간에서 간세포 내 지방구 형성과 미세혈관계를 동시에 고해상도의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지방구(Lipid droplet)란 지방 방울이라고도 하며, 간세포의 세포질에 구 형태로 축적된 지방을 뜻한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에 앞서 살아있는 비알콜성 지방간 동물모델에서 질환이 진행될수록 간세포 내의 지방구가 축적되며 크기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개개의 지방구를 3차원으로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생체현미경 기술을 개발, 이번 연구에 활용했다.

▲ 초고속 레이저 주사 3차원 생체현미경 시스템

비알콜성 지방간은 서구화된 식습관 및 비만율 증가로 국내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단순 지방간부터 만성 지방간염 및 간경변증(간경화)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간 질환을 포함한다. 정상인에게서도 최대 24%, 비만인에서는 최대 74%까지 높은 유병률이 보고되고 있어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그동안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연구들은 대부분이 절제된 간 조직을 사용한 조직병리학적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질환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간 내부의 간세포와 주변 미세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자세포 수준의 변화를 3차원으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원리를 밝히는 것이 어려웠다.

김필한 교수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초고속 레이저 공초점·이광자 생체현미경을 사용해 살아있는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에서 질환 진행에 따른 간세포 내 지방구의 형성 및 축적과 주변 미세 간 혈관계를 동시에 고해상도를 지닌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현미경 시스템은 시속 380Km 이상의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다각 거울을 이용해 살아있는 생체 내부 간 조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보정이 가능해 크기가 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인 극히 작은 지방구까지 고해상도로 영상화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또 비알콜성 간 질환에서 질환 진행으로 간세포 내 지방구의 축적률이 증가하고 개개의 지방구 크기가 증가하는 현상을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지방구의 크기 증가가 간세포 핵의 위치변화를 일으키고 결국 간세포 모양의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고해상도 영상화를 통해 확인했다.

▲ 비알콜성지방간(Nonalcoholic fatty liver) 단계에서 지방구(Lipid droplet, 황색)축적을 보여주는 3차원 생체현미경 영상 결과. ※ MCD diet는 지방간을 유도하기 위한 특수 사료를 의미하며 생쥐에게 섭취시키면 빠르게 지방간이 생긴다.

연구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최첨단 고해상도 3차원 생체현미경 기술은 살아있는 생체 내부 간의 미세환경을 이루는 다양한 구성성분(세포, 혈관, 지질, 콜라겐 외 생체분자)들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영상촬영이 가능해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간 질환 연구와 치료제 개발과정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3차원 생체현미경 기술은 KAIST 교원창업기업인 아이빔테크놀로지(IVIM Technology, Inc)를 통해 상용화돼 올인원 생체현미경 모델명인 ‘IVM-CM’과 ‘IVM-MS’로 2019년 10월부터 출시되고 있는데, 기초 의·생명 연구의 차세대 첨단 영상장비로서 미래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의 핵심 장비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김필한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3차원 생체현미경을 이용한 실시간 고해상도 영상기술은 질환의 진행에 따른 세포 수준의 다양한 변화의 정밀한 관찰이 가능하다”며 “3차원 생체현미경은 미래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여러 인간 질환의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광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디컬 옵틱스 익스프레스(Biomedical Optics Express)’에 2020년 8월 19일자로 실리는 한편, 편집장 선정(Editor's pick) 우수 논문으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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