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문] 외부 환경에 반응하여 구조색, 흡수 및 발광 스펙트럼과 같은 광학 신호 변화를 나타내는 고분자 기반의 스마트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광학 센서, 위조 방지 등의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차세대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고분자 내부에 광학적 이질성을 구현하여 복잡한 모양의 홀로그램을 제작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기존 방법들은 고가의 광학 장비가 필요하며 매우 복잡한 제조 공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런데 최근 홀로그램을 이용해 복제 불가능한 수준의 위조방지시스템을 만드는 새로운 원천 기술이 나왔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지석 교수 연구팀이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내부에 위조 식별 정보를 다중적으로 숨겨 놓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미세 입자에 3차원 홀로그램과 구조색, 형광 특성 등의 보안 정보를 다양한 형태와 조합으로 구현함으로써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지석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입자 내부에 명화가 고해상도로 프린팅된 위조방지 그래픽스티커와 태건트(taggant, 식별정보가 포함된 위조방지첨가제) 대량 제조 또한 가능하다”며 “보안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원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개발된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알갱이)의 위조식별정보 종류와 이를 이용한 위조방지장치 예시

연구팀이 개발한 공액 고분자 입자는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특성(구조색)이 있다. 이 입자를 물에 담그면 구조색이 사라지면서 입자 내부에 저장된 3차원 홀로그램(입체 문양)이 나타난다. 또 입자에 빛을 비추면 3차원 홀로그램 형광 패턴이 생긴다.

이 교수는 “입자(매질) 내에 구현된 3차원 홀로그램은 착시현상을 이용하는 기존 홀로그램과 달리 보는 각도에서 모두 형태가 다른 진정한 삼차원”이라며 “공액 고분자 매질에 ‘풀 패러랙스(full-parallax)’ 특성을 지닌 3차원 홀로그램을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5만원 지폐에는 은선, 숨겨진 그림 등 독립된 위조방지장치가 숨어있는데, 이 입자로 여러 위조방지장치를 하나의 글자에 집약시킬 수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글자가 나타나고, 물에 담갔을 때 글자가 사라지는 위조방지장치가 대표적 예다. 또 글자의 ‘픽셀’ 역할을 하는 입자 내부에는 3차원 홀로그램이 저장돼 있어 픽셀이 또 다른 위조방지장치가 된다.

▲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제조에 쓰인 고정밀·자동화 기술을 응용한 사례. (a) 위조방지 첨가제(태건트)로 쓰일 수 있는 미세입자 대량 생산 (b) 자동화된 고정밀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 고분자 입자에 고해상도 명화 프린팅

이 기술은 격자무늬, 빗살무늬와 같은 ‘마스크 필터’ 사이로 빛을 통과하게(masking) 해 광경화 공액 고분자에 가해지는 빛의 양을 군데군데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빛의 양에 따라 고분자 굳기와 굴절률 등이 삼차원적으로 달라져 구조색과 홀로그램 문양이 나타난다. 구조색과 홀로그램 문양은 마스크 종류를 바꿔 조절한다.

또,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 제조에 쓰인 기술은 고정밀·자동화 공정이라 쉽게 응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를 응용해 머리카락 굵기 입자 내부에 고해상도 명화를 프린팅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시중에 파는 확대경만으로 쉽게 명화를 볼 수 있다.

태건트(위조방지첨가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세입자를 대량으로 제조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미세입자는 가로, 세로로 4개씩 총 16개의 격자가 있으며 각 격자당 4개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격자당 발현되는 색상 조합을 다르게 할 경우, 미세입자 1개당 약 40억(416) 이상의 암호 코드를 만들 수 있다.

▲ 개발된 미세 공액고분자 입자내 3D 홀로그램과 형광을 이용한 암호화 기술. (a) 디더링 마스크(dithering mask)의 종류에 따른 홀로그램 패턴 변화 이미지 (b) 디더링 마스크의 조합에 따른 홀로그램 패턴 변화 (c) 암호화된 홀로그램 패턴 (d) 패턴 식별 알고리즘

김정욱 서강대 연구팀과 박정훈 UNIST 바이메디컬공학과 연구팀은 유한요소해석법을 이용해 물과 같은 극성용매에서 고분자 입자가 수축돼 발생하는 3차원 홀로그램의 형태를 예상할 수 있었으며, 곽상규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팀은 다차원 분자 전산모사 기법을 이용해 미세입자의 형광 신호 발생 원인을 규명하였다.

오종원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 쓴 소재는 외부환경에 반응해 광학신호 변화를 보이는 입자를 쉽게 제작할 수 있어 빛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메타물질로도 응용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외부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며 가역적으로 변화하는 삼차원 홀로그램 미세구조체는 외부 환경에 변화에 따라 빛을 능동적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는 메타물질 분야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 가시광 파장의 빛 이외에 근적외선의 빛을 발현하도록 확장 가능하여 생명공학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세 삼차원 프린팅 기법과 융합함으로써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분야에 삼차원 홀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위조방지 분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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