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핀을 10만 겹 이상 쌓아 만든 가장 완벽한 흑연이 나왔다. (사진) 펑 딩 UNIST 신소재공학과 특훈교수가 탄소 모형을 손에 들고 있다.

[기계신문] UNIST 신소재공학과 펑 딩(Feng Ding) 교수(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 그룹리더)는 중국 북경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완벽한 단결정 흑연을 합성했다. 일반 흑연보다 열이나 전기의 전도성이 뛰어난 데다 얇고 유연해, 붙이거나 접을 수 있는 배터리와 휴대전화 같은 차세대 전자기기에 쓰일 전망이다.

흑연은 판상형 물질인 그래핀이 켜켜이 쌓여있는 형태다. 이 그래핀 층들을 서로 고정하는 힘은 스카치테이프로 떼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약한 특성이 있다. 실제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그래핀 분리해낸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역으로, 즉 그래핀을 쌓는 방식으로는 고품질 흑연을 합성하기가 어렵다. 층 사이가 잘 고정되지 않아 그래핀들이 쉽게 다결정 형태로 으스러지는 것이다. 결정이 여러 개로 분리된 형태인 다결정은 단결정보다 품질이 떨어진다.

▲ 단결정 흑연 합성이 어려운 이유. 그래핀을 쌓는 방식으로 흑연을 만들면 결정이 결정립계(Grain Boundary)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다결정 구조가 돼 으스러지기 쉽다. 그래핀 층간의 결합력은 약하고 기판은 편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팀이 이번에 합성에 성공한 흑연 필름은 천연흑연 또는 기존 인조흑연과 달리 완벽한 단결정 형태다. 흑연 필름의 면적이 1 제곱인치(inch²)에 이를 만큼 큰 크기다. 지금까지 단결정 그래핀이 적층된 형태로 인공적으로 합성된 흑연의 크기는 밀리미터(㎜) 수준이었다.

또, 내부 불순물도 0에 가까우며, 그래핀 층간의 간격도 이제껏 나온 어떤 흑연보다도 조밀하다. 그래핀이 조밀할수록 강도 등이 뛰어나다. 두께는 35 마이크로미터(㎛) 정도로, 그래핀을 10만 층 쌓아 올린 두께다.

공동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쓰는 기체가 아닌 고체 상태 탄소원료를 활용하는 새로운 합성법으로 이러한 흑연을 합성해낼 수 있었다. 이 합성법은 원료가 기판 뒤에서 공급되는 방식이다.

▲ 개발한 합성법과 합성된 흑연의 실제 사진

기판으로는 특수 니켈 필름을 썼다. 관찰 가능한 결합이나 결정립계가 없는 단결정 형태이며 니켈 필름의 표면 전체도 흑연을 올려 단결정 형태로 합성하는 데 유리한 편평한(ultraflat) 모양이다. 두께도 균일하다.

펑 딩 교수는 “인조흑연 합성 기술이 나온 지 100년이 지났지만, 이 정도로 완벽한 수준의 흑연 필름이 유의미한 크기로 합성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 합성된 흑연은 차세대 전자기기의 재료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북경대 카이휘이 리우(Kaihui Liu) 교수, 언거 왕(Enge Wang)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진행했으며,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10월 27일(목)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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