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량·고속충전을 향한 배터리 개발에 중요한 논문 2편이 나왔다. 차세대 배터리 후보 물질인 ‘실리콘 연구’와 새로운 배터리 물질을 찾아낼 ‘투과전자현미경(TEM) 기법’에 관한 내용이다.

[기계신문]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논문 2편을 잇달아 발표했다. 차세대 배터리의 음극 소재로 꼽히는 ‘실리콘’의 온도별 충·방전 특성을 분석한 결과와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액체 물질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신기술이다.

실리콘 특성에 관한 첫 번째 논문은 싱가포르 난양공대 이석우 교수팀과 공동으로 연구했으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인력양성사업 프로그램에서 지원했다.

실리콘은 상용화된 음극재인 흑연보다 10배 정도 용량이 크다. 이 덕분에 고용량 배터리 소재의 후보로 손꼽혔지만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팽창하면서 단일 입자와 전자가 파괴된다는 점. 이들이 깨진 표면을 따라 고체 전해질 계면이 형성되면 리튬 이온 전달이 느려진다는 것도 문제다.

이현욱 교수는 “실리콘을 차세대 음극재로 쓰려면 부피 팽창으로 인한 구조적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이번 연구에는 온도별로 실리콘 음극재의 부피 팽창과 파괴 거동을 분석해 실리콘의 구조적 안정성 개선안을 찾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 다양한 결정 방향을 가진 실리콘 나노 기둥의 온도별 비등방성 팽창 경향

연구팀은 방향성이 다른 3종류의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빔(E-beam)으로 다양한 지름의 실리콘 나노 기둥을 제작했다. 나노 기둥을 중심으로 배터리 셀을 조립했고, 여기에 전기를 충·방전하며 리튬과 실리콘 웨이퍼의 전기화학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실리콘 웨이퍼의 결정면 방향에 따라 각 나노 기둥은 리튬 충전 후 서로 다른 부피 팽창 거동을 보였다.

염수정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실리콘 결정면의 특징에 따라 각각 둘, 넷, 여섯 방향으로 팽창하는데, 저온이나 상온 이상의 환경에서는 다른 특성을 보였다”며 “높은 온도에서는 부피 팽창의 방향성이 줄어들고, 0℃ 이하에서는 팽창 방향성이 증가해 나노 기둥이 쉽게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영하 20℃ 이하의 저온 환경에서 리튬 충·방전을 거친 실리콘 나노 기둥의 파괴 거동도 분석했다. 그러자 상온에서는 리튬 이온을 두 번 충전해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300나노미터(㎚) 지름의 실리콘 나노 기둥이 저온 환경에서는 100% 파괴됐다.

▲ 방향 실리콘 나노 기둥의 충‧방전 테스트 및 구조 파괴 분석 결과

이현욱 교수는 “이번 연구를 미루어 보면, 겨울철 저온 환경에서 충·방전 시 실리콘 음극에서는 부피 팽창과 파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저온에서 실리콘 음극의 기계적 거동을 규명하고 파괴를 완화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두 번째 논문은 차세대 배터리 물질을 찾아내는 도구인 TEM 기법의 발전시킨 내용이다. 단결정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상태의 물질’이 움직이는 모습을 원자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이 연구는 진성환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로드니 루오프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특훈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TEM은 전자빔을 쏘아서 물질을 관찰하는 현미경으로, 광학현미경보다 수천 배 가량 높은 배율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관찰대상이 액체일 경우 증발되지 않도록 높은 진공상태에 둬야 한다. 이 때문에 약 50나노미터(㎚) 두께의 ‘질화 실리콘 막’이나 탄소 원자 하나 두께의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를 감싸서 내부 물질을 분석해왔다.

그런데 질화 실리콘 막의 두께는 관찰대상을 가리는 수준이라 해상도 높은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또 그래핀을 사용할 경우 액체를 가두는 부분의 모양과 위치, 크기가 달라져 일정한 조건에서 물질 관찰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액체 캡슐’을 개발했다. 질화 실리콘 막의 원하는 위치에 수백 나노미터 크기로 구멍을 일정하게 뚫은 뒤 단결정 그래핀을 합성해 코팅했다. 2개의 막 사이에 액체를 두고 겹치면, 액체가 구멍을 덮은 그래핀 두 막을 위아래로 부풀리면서 그래핀 사이에 가둬진다.

▲ 이번 연구에 활용된 액체 셀의 구조적 모식도

진성환 교수는 “질화 실리콘 막보다 100배 얇고 3배 이상 강한 단결정 그래핀을 사용해 액체를 가둠으로써 TEM 이미지의 해상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며 “액체 캡슐의 크기와 위치, 모양을 자유롭게 조절해 동일 액체 조건에서 물질을 여러 차례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개발한 액체 캡슐을 쓰면 전자빔을 투과하는 액체의 두께가 기존보다 훨씬 얇아 가벼운 원소나 고분자, 바이러스 관찰에도 유리할 전망이다.

이현욱 교수는 “그간 관찰하지 못했던 가벼운 화합물의 액상 합성과정과 운동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혀 배터리 물질 개발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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