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 연구팀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고명곤 교수(사진 오른쪽)와 변성준 연구원

[기계신문] TET(Ten-eleven-translocation) 단백질은 후생유전학적 효소로서 메틸화된 사이토신을 산화시켜 DNA 메틸화를 조절한다. 다양한 암 조직에서 유전적 변이 혹은 기능 손실이 관찰된다.

최근 암 조직뿐만 아니라 기타 여러 조직 및 질병에서 TET 단백질의 후생유전학적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에너지 대사에서의 기능은 잘 밝혀져 있지 않았다.

UNIST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 연구팀이 TET 단백질을 억제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화되고 기존 갈색 지방세포는 더 활성화돼 열량 소비를 촉진하고 비만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지방 덩어리는 백색 지방세포다. 잉여 영양분을 세포 안에 축적해 살이 찌게 만드는 주범이다. 반면 영양분을 태워 없애는 착한 지방세포도 있는데, 바로 갈색 지방세포다.

실제 지방조직에서 TET 단백질 발현이 억제된 생쥐는 고지방식을 먹여도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지 않고 체중 증가가 억제됐으며,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지방간 등 대사질환 관련 지표가 모두 좋아졌다. 연구팀은 비만 생쥐의 지방조직에서 TET 단백질이 과다하게 발현되어 있다는 데서 착안해, 이 같은 실험을 했다.

▲ TET 결손 생쥐에 고지방식을 먹이는 실험 결과. (A) 고지방식을 먹여 비만을 유도하였을 때 TET 단백질이 결핍 된 실험쥐의 체중이 덜 증가함(붉은색), (B) TET 단백질이 결핍된 실험쥐(TKO)는 고지방식을 먹였을 때도 지방세포 크기가 덜 커짐, (C) TET 단백질이 결핍 된 실험쥐는 인슐린저항성이 개선됨

UNIST 생명과학과 변성준 대학원생은 “TET 단백질 결손으로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발현이 증가하고,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는 뇌에서 내려온 신호를 전달해 지방세포가 영양분을 태워 열을 내도록 매개하는 물질이다.

TET 단백질의 구체적 역할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TET 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효소와 직접 결합해, 이 효소를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 유전자 영역까지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 TET 억제 실험쥐의 지방세포에서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발현과 열 생성 증가. (A-D) TET 단백질이 결핍 된 실험쥐의 지방 조직에서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mRNA와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함, (E) TET 단백질이 결핍 된 실험쥐의 열 생성이 증가함, (F) TET 단백질이 결핍 된 실험쥐의 갈색 지방에서 열 생성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함

고명곤 교수는 “TET 단백질의 작용원리를 이용해 신체 에너지 소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만·대사질환 등의 치료 전략을 제시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라며 “뇌 신경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소화 흡수를 방해하는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 개발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갈색지방 세포를 활성화하거나 백색지방을 갈색지방 세포화하는 방식은 비만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 고 교수팀도 이번 결과를 기반으로 TET 단백질의 발현과 활성을 조절해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TET 단백질에 의한 베타3 아드레날린 수용체 발현 조절 원리와 대사질환 치료 전략 모식도

한편, 이번 연구는 DNA 메틸화를 조절하는 TET 단백질이 히스톤 단백질 탈아세틸화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기도 했다. DNA 메틸화나 히스톤 단백질 탈아세틸화는 타고난 유전자인 DNA 염기서열을 변하지 않으면서도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현상이다.

전북대 안정은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UNIST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3일(현지시각)자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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