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학연구원 이주영 박사팀과 포항공과대학교 오승수 교수팀이 합성생물학을 바탕으로 인공세포 속 고부가가치 바이오원료를 세포 밖으로 이동·분비시키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설계·개발했다. 왼쪽부터 화학연구원 이주영 박사, 손소희 연구원, 포항공대 오승수 교수

[기계신문] 인공세포 속에 있는 바이오산업 원료를 원하는 대로 골라 자동으로 쉽게 뽑아내는 합성생물학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에 인공세포를 파괴하거나 분해해 추출해야 했던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자동화시켜 바이오원료를 얻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향후 바이오 기술 개발에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가 주목받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세포의 구성요소들을 블록처럼 자르고 붙여 인공적으로 생명체를 설계·합성하는 학문이며, 이 합성생물학과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한 첨단 바이오 기술이 바이오파운드리다.

합성생물학의 바이오파운드리를 이용한 최근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모더나’ 백신을 꼽을 수 있다. 원래 바이오 분야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예측성과 생산성 등이 떨어져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를 활용하면 바이오 기술 개발과 상용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 및 국가 안보 등을 위한 핵심 기술로 합성생물학을 명시한 바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주영 박사팀과 포항공과대학교 오승수 교수팀이 합성생물학을 바탕으로 인공세포 속 고부가가치 바이오원료를 세포 밖으로 이동·분비시키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설계·개발했다.

기존에 세포 속 바이오원료를 얻기 위해서는 주로 세포를 파괴하고 분해해야 했으며, 세포 파괴 또는 분해 후 여러 혼합물질이 쏟아져 나오면, 그 중 특정 원료만 추출해내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 없이 세포에서 원하는 바이오원료만 쏙쏙 골라 세포 밖으로 분비시키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해 바이오 제조공정의 속도와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 기존 기술이 세포를 파괴·분해 후 추출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반면, 이번 기술은 이를 하나의 자동화된 단계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기존 기술은 비연속적 발효에 그치는 반면, 새로운 기술은 연속 발효 공정이 가능해서 바이오원료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세포 속 특정 바이오원료에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을 발굴하고, 바이오원료와 단백질을 같이 세포 밖으로 분비시키는 신호태그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설계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마치 공항의 특정 수하물에 수송태그가 붙어 원하는 경로로 이동되는 것처럼, 신호태그 시스템을 통해 세포 속 바이오원료가 한 번에 원하는 경로로 자동으로 수송돼 세포 밖으로 나온다.

개발된 기술은 다양한 인공세포 속 여러 바이오원료를 추출하는 미생물 세포 공장에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코로나19 백신 원료 중 하나인 스쿠알렌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기존에 동·식물로부터 얻고 있는 건강기능제품 원료를 대체할 수 있다. 또, 의약품 바이오원료를 저렴한 비용과 높은 효율로 대체 생산할 수 있다.

▲ 바이오원료를 생산하는 인공 세포공장(좌, 효모) 속의 특정 바이오원료를 세포 밖으로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이번 개발 기술을 통해 세포 속 바이오원료를 세포 밖뿐만 아니라 세포 속 다양한 위치로도 정확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이는 향후 세포의 기능과 역할을 변화시킬 수 있어서 합성생물학의 기반 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주영 박사는 “이 기술은 바이오 전 분야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세계 최초·최고 수준의 글로벌 범용 기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합성생물학 기술로, 향후 바이오 산업 발전의 가속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의 기본사업 및 연구재단의 중견연구 및 신진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과학분야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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