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UNIST 공동연구진이 암세포 등 특정 세포 환경에서 접힘, 펴짐 등 분자의 움직임을 통해 세포막을 뚫고 침투해 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방식의 생화학적 나노머신을 개발했다. 사진은 암세포에 분자의 기계적 움직임을 이용하여 세포 속으로 직접 침투하고, 세포 내 소기관을 망가뜨려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머신

[기계신문] 단백질은 몸 안에서 에너지를 활용해 기계적 움직임으로 구조를 변화하고 생명현상에 관여한다. 단백질의 아주 작은 구조적 변화까지도 생명현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단백질은 생물학적 ‘나노머신’에 비유된다.

생물학적 나노머신의 기능을 모사한 다양한 형태의 인공 나노머신이 학계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세포 환경 정도에서의 움직임의 구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노 크기에서의 움직임 구현이 어려운 이유는 생물학적 나노머신들이 계층구조를 통해 움직임의 축과 움직이는 부분이 계층적으로 분리되어 축을 중심으로 의도한 움직임이 구현된다면, 예를 들어 분자머신 같은 경우에는 분자의 움직임 중 움직이는 부분과 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과 축이 뒤바뀌기도 한다.

따라서 의미있는 나노머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계층구조가 필수적이며, 더욱이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움직임 구현한 움직임이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정영도 박사 연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곽상규 교수팀, 화학과 유자형 교수팀, 퓨전바이오텍 김채규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 등 특정 세포 환경에서 접힘, 펴짐 등 분자의 움직임을 통해 세포막을 뚫고 침투해 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방식의 생화학적 나노머신을 개발했다.

공동연구팀은 단백질의 계층적 구조에 주목했다. 단백질은 거대 구조의 축과 실제 움직이는 부분이 계층적으로 분리되어 축을 중심으로 특정 부분만 의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부분과 축이 같은 계층에 있도록 설계된 대부분의 기존 나노머신의 경우 동시에 두 부분이 같이 움직이게 되어 특정 부분을 의도대로 조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2 ㎚ 수준의 금나노입자와 주변 환경에 따라 접히고 펴질 수 있는 분자를 각각 합성하고 결합해 계층적 구조의 나노머신을 만들었다.

▲ KIST-UNIST 공동연구진이 암세포만 골라 침투하여 죽이는 나노머신과 그 작동원리

이 나노머신은 움직이는 유기분자와 축이 되는 거대 구조인 무기나노입자로 움직임과 방향을 정의해 세포막을 만나면 접히고 펴지는 기계적 움직임을 보였고, 세포에 직접 침투해 세포소기관을 망가뜨려 사멸을 유도했다.

이러한 방식은 치료용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의 캡슐형 나노 전달체와 달리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고 기계적 움직임을 통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새로운 방식이다.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나노머신의 암세포 사멸에 더욱 적합하게 기계적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걸쇠 분자를 나노머신에 끼워넣었다.

끼워넣은 걸쇠 분자는 낮은 pH 환경에서만 풀리도록 설계해 상대적으로 pH가 높은 정상 세포(pH 7.4 내외)에서는 나노머신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암세포 주변(pH 6.8 내외)의 낮은 pH에서 나노머신은 걸쇠 분자가 풀려 기계적 움직임이 유도되고 암세포에 침투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KIST 정영도 박사는 “개발한 나노머신은 단백질들이 환경에 따라 형태를 바꾸어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약물 없이 나노머신에 붙은 분자의 기계적 움직임으로 직접 암세포에 침투하여 사멸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였고, 기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분자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계층 구조의 나노머신의 개발은 암 치료를 위해 직접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신 같은 유전체 전달, 단백질 전달을 이용한 치료 등에도 새롭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의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 연구자 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최신 호에 게재 및 Supplementary Cover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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