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조일주 단장 연구팀은 뇌척수액 추출용 유체 채널, 약물 주입용 유체 채널, 뇌 신호 측정용 전극이 집적된 초소형 다기능 브레인칩을 개발했다. 사진은 유체 및 전기 인터페이스가 패키징된 브레인칩

[기계신문] 최근 뉴스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조현병은 물론,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은 신경세포가 생성하는 신경전달물질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뇌질환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뇌 신경전달물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신경전달물질의 수치를 정상 수치로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이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우울증,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도 신경전달물질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뇌질환의 원인규명이나 치료과정에서는 신경전달물질 농도의 정확한 측정이 중요하다.

그동안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0.5 mm 크기의 뇌척수액 추출용 유체관을 삽입해야 했다. 이는 뇌 조직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체관이 뇌의 여러 부위에 걸쳐 있게 되어 특정 뇌 부위에서의 신경전달물질 분석이 어려웠다.

또한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지 판단하는 주요한 지표인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없어서 신경전달물질과 뇌 활동과의 상관관계 분석이 어려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조일주 단장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뇌척수액 추출용 유체 채널, 약물 주입용 유체 채널, 뇌 신호 측정용 전극이 집적된 초소형 다기능 브레인칩을 개발했다.

▲ 개발된 브레인칩의 전자현미경 사진

연구팀은 앞서 2019년 세계 최초로 약물주입, 신호측정이 동시에 가능한 브레인칩을 개발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연구팀은 뇌의 활동을 분석하는 데에는 뇌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뿐만 아니라 뇌척수액의 분석이 중요한 도구인 점에 착안해 브레인칩에 뇌척수액 추출용 유체관을 추가로 집적했다.

개발한 칩은 기존의 상용 뇌척수액 추출 기기보다 1/8배 작은 크기로 삽입과정에서 뇌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신경전달물질과 뇌 신호를 동시에 관찰해 뇌 활동 정밀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작은 유체관을 통해 낮은 압력으로 뇌척수액을 추출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시에 채널이 막히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개발된 다기능 브레인칩을 살아있는 생쥐 뇌에 삽입하여 뇌척수액을 추출함과 동시에 뇌 신호를 측정했다. 또한 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약물을 생쥐에게 투약한 후 시간별로 신경전달물질과 뇌 신호 변화를 측정해, 뇌질환 치료약물의 효과를 다각도로 검증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개발된 브레인칩이 뇌질환 치료제의 검증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 생쥐 뇌에서 신경 활동을 자극하는 약물 주입으로 인한 뇌 신호 및 신경전달물질들의 변화를 관찰

KIST 조일주 단장은 “새로운 신경전달물질 측정용 브레인칩은 크기가 작으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한번에 구현할 수 있어 뇌손상을 최소화하고 뇌질환 원인 및 치료제 등을 연구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이 다양한 뇌 질환 모델 동물에 적용되어 효과적인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과 KIST 주요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최신 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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